수술실 CCTV 설치의무화법, 6년여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

공포 후 2년간 유예기간·의료인 정당 사유 시 촬영거부 예외조항 둬

헬스케어입력 :2021/08/31 19:01    수정: 2021/09/01 10:30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15년 국회의 첫 번째 법안이 발의된 지 6년 7개월만이다.

이번에 통과된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골자는 ▲환자 요청 시 수술 장면을 녹음 없이 촬영 ▲환자·의료진이 모두 동의시 녹음 허용 등이다.

CCTV 촬영 영상의 열람 권한은 수사·재판 기관 요청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환자 요청에 따라 의료 조정 및 중재 업무를 위해 요청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가 있을 때로 제한된다.

예외사항으로 의료진이 ‘정당한 사유’에 의거,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사유는 앞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설치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되, 열람 비용은 환자가 부담토록 했다. 개정안은 법안 공포 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국회)

■19대·20대 폐기된 법안 21대 기사회생

수술실 CCTV 설치의무화 법안은 지난 2015년 1월 첫 법안이 발의된 이후 2016년 고 권대희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물쌀을 탔다. 이후 19대에 이어 20대에 이르기까지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 이르러 김남국·안규백·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당론을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했다. 약 9개월 동안 입법공청회가 열렸고,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도 5차례 열렸다.

복지위 법안소위는 앞선 세 의원의 법안에 대해  병합 심사를 통해 수정된 개정안이 지난 23일 의결했다. 이후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며 이날 통과되기에 이른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최초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지 6년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향후 의료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국회)

당초 김남국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의무를 부여하고 환자나 환자보호자의 요청 시 CCTV로 촬영·보존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안규백 의원의 법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현영 의원의 법안은 수술실에 CCTV 설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의료기관 CCTV 설치를 촉진코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의 CCTV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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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대안 제시한 항목은 정당한 사유가 존재 시 의료인이 촬영·녹화의 거부를 인정하고, 녹음은 불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도 보관책임규정 및 열람 조건 제한, 소요비용 청구 근거, 벌칙조항 등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의료계는 강력 반발했다. 앞서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3개 단체는 “유예기간 동안 법안의 독소조항을 규명·저지하겠다”며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법적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