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를 통과했다. 의료진이 녹화를 거부할 수 있게 하거나 환자 민감 정보 보호 방안 등 의료계의 반대를 고려한 조항에도 불구, 의료계는 헌법소원 등 법안 저지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복지위는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수술실에 CCTV(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의결했다. 앞서 복지위는 수술실 CCTV 설치법안에 대해 5차례의 소위 심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각 법안을 통합·조정한 대안을 도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CCTV 영상은 환자의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촬영할 수 있다. 녹화 영상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열람 비용은 요구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해당 의료기관의 장은 정보의 유출·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운영해야 하며, 출입자 관리 및 접속기록 보관 등 안정성 확보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촬영 영상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하되, 보관 기준 등은 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가 CCTV 설치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환자 생명이 위급한 응급수술 ▲위험도가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개정법안은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를 남겨두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 여당이 협회의 요구를 묵살했다”며 “법안 시행으로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기피하고는 경향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해당 법안이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의료 노동자 인권 침해 ▲환자-의사간 불신 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의사들의 전문가적 가치와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조잡한 방안으로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향후 의사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밝혀 의료계가 정부 협조에 나서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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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법 대신 자율 자정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전문가성으로 의료의 주체들이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 보호와 의료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시 헌법소원 등 법안 저지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