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확장 제동 걸린 카카오T·직방·로톡..."소비자 편익 우선"

[이슈진단+] 커지는 '플랫폼vs전통사업자' 갈등

인터넷입력 :2021/08/17 09:13    수정: 2021/08/17 10:22

법률·부동산·택시 등 오프라인 산업의 디지털화가 거세지면서,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빠르고 쉬운 서비스로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지고 기존 사업자와의 상생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가 단체들은 플랫폼의 업계 진출이 결국 기존 사업가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간 갈등의 판단 기준은 '소비자 편익'이 돼야 한다며, 이를 중심으로 양측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갈등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로톡·변협, 직방·중개협회, 카카오T·택시단체... '주도권 다툼 치열'

로톡 서비스 홈페이지

법률 분야에서는 법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간 갈등이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로톡은 그간 변호사 광고, 상담 예약, 온라인 상담, AI 형량 예측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한변협은 로톡의 법률 서비스가 플랫폼이 변호사의 업무와 역할을 침해한다며, 지난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로톡 등 법률 서비스 가입 변호사를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은 지난 5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본격 착수했다.  

로톡 측은 "변호사법을 위반한 적이 없고, 오히려 로톡을 통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변호사를 찾고 상담하기가 쉬워졌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변협이 개정안을 발표한 후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로톡은 남은 2천900여 명의 변호사와 서비스를 지속할 것이라 밝혔지만,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본격화하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직방, 직접중개 두고 공인중개사협회와 갈등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직접 중개를 두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갈등은 지난 6월 직방이 ‘온택트파트너스’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온택트파트너스란, 직방이 공인중개사와 제휴를 맺고 플랫폼상에서 거래 계약까지 성사하는 제도로 직방이 공인중개사의 수수료 절반을 사용료로 받는다.

중개사협회는 이를 “직방의 직접 중개”라면서 “광고 플랫폼이었던 직방이 사실상 중개까지 나서는 것은 중개사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수료 절반을 직방이 가져가는 온택트파트너스 제도가 중개업자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향후 영세 부동산 업체들이 대형 플랫폼인 직방과 경쟁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직방은 "하루에 2명 정도의 고객을 받았던 중개사도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면 여러 명의 고객을 받을 수 있어 치킨게임이 아닌 기회 확대"라는 입장이다.

직방은 협회와의 지속적인 논의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협회 측은 이미 “직방과 대화를 나눴고 직접 중개가 맞다”며 서명운동, 집회 등 반대 의사를 이어나가는 상황이다.

카카오T블루

택시 업계에서는 타다, 카풀 사태에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호출 요금을 두고 카카오모빌리티와 마찰이 빚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빠른 배차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했다. 1천원이었던 요금을 ‘0원~최대 5천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단체는 11일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택시 요금을 인상했다”면서 “경쟁자 없이 직영과 가맹, 중개사업까지 택시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3월 기사를 상대로 원하는 콜을 배치해주는 월 9만9천원의 프로멤버십을 출시한 데 이어,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인상하는 등 행보가 플랫폼이 업계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고 반발하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업계 반발에 13일 "이용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에 공감, 스마트호출 요금을 최대 2천원으로 재조정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업계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소비자 편익 우선 고려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업계 관계자들과 학계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며, 갈등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공공성을 위해서라면 소비자 편익이나, 시장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하지 플랫폼 자체를 반대할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후기, 자격증을 확인하는 등 오히려 법률 서비스 시장이 더 투명해지는데, 국가가 부여한 전문자격증으로 공적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플랫폼에 종속되기 싫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주장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인 흐름”이라며 “변화의 흐름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이점이고 어떤 부분은 변화해야 할지 플랫폼과 업계 양측이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인터넷 업계 관계자도 “산업이 변화할 때 기존 산업과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기존 전문 업계가 채워주지 못한 불만이 소비자 수요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기존 기득권 세력이 경쟁을 막고, 자신의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한다면 사회 발전이 저해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판단 기준은 소비자의 편익과 효용이 돼야 한다.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서비스의 가격도 비교할 수 있다면 소비자 측면에서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또 유 교수는 로톡 사태와 관련해 "변호사 수임료가 높은 것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민간에서 여러 경쟁 업체를 키워줬다면, 택시 업계도 카카오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나”라며 “플랫폼 산업을 없애는 방향이 아닌, 경쟁 업체를 다양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