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새로운 미술품 거래 시대가 개막했다. 이른바 ‘NFT’ 열풍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으로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아트 투자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의 디지털 전환은 미술 작품이 대중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훼손 우려가 있는 실물 미술 작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어왔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직접 미술관을 찾아가야만 했다.
작품의 소유는 대중과 더욱 먼 이야기였다. 소수에게만 독점된 미술 작품 거래 시장은 폐쇄적이었고, 미술품의 가치 평가 또한 소수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한계점에 맞선 디지털 아트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미술품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으로 미술애호가의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이이 NFT로 제작, 판매되고 있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NFT 상품 거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국보 문화재가 NFT 상품으로 제작돼 판매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개당 가격은 1억 원으로, 총 100억 원 규모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재정난 극복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 고안해 낸 방안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재 가치 선양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묘안이다.
NFT에 대한 뜨거운 열기 또한 이러한 미술의 디지털화가 불러온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말한다. 디지털 아트가 파일로 존재한다고 하여 그 가치가 낮게 평가돼왔으나,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거래 기록과 작품 정보가 유통되는 NFT는 디지털 아트 미술시장의 지평을 열고 있다.
하지만 파일로 존재하는 특성이 있는 NFT는 실물 감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미술 작품을 소유한 상태에서 감상이 불가능하다면 사실상 미술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그저 코인을 소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NFT는 신종 디지털 자산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한다. 원본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볼 수 있지만, 작품의 소유권은 낙찰받은 이들이 갖는 형식으로 각 콘텐츠에 부여한 표식이 진품을 보증한다.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그 특성상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NFT를 활용하면 이 중 무엇이 진품인지 가려낼 수 있다.
디지털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돼 고화질의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미술작품을 서비스하는 디지털 프레임 ‘블루캔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블루캔버스를 개발, 유통하는 엘팩토리는 국내 굴지의 디지털 액자와 디지털 아트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지털사이니지 전문기업으로 NFT 실물 감상을 선도하고 있다.
이경태 엘팩토리 대표이사는 “14세기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탄생시켰다면, 21세기 코로나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지지부진했던 비주얼 아트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NFT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시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될 것이다. 음악이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했듯이, 비주얼 아트 시장도 스마트 액자와 디지털아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문화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아트란 무엇일까? 디지털 아트란 디지털 파일에 담긴 작품이 아니라 가상공간인 디지털 생태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21세기의 디지털 트렌드는 우주와도 같은 새로운 세계다. 따라서 NFT 디지털 아트의 의미는 현실과 가상의 공존에 대한 통찰이 중요하다.
예술이란 창작의 행위 또는 그 결과물인데,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창작의 본질은 우리 머릿속 상상계가 아닌 컴퓨터에서 이뤄지는 데이터의 축적과 확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에 의한 창작의 진본성을 확인하는 도구가 NFT인 것이다.
문화예술의 디지털 전환은 우리 문화재에서 활발하다. 이동에 제한이 있고 훼손 우려가 있는 문화재 감상에 있어서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향후 5년간 진행할 디지털 전호나 종합계획인 ‘디지털 전략 2025’를 발표했고, 문화재청도 ‘문화재 디지털 대전환 2030’으로 문화재 보존·관리와 활용 전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문화유산을 통해 미래가치를 재창출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 관람이 어려워진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는 일상에서 우리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엘팩토리와 함께 스마트 디지털 액자인 ‘블루캔버스’로 문화재 회화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아트를 실물화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미술플랫폼 블루캔버스는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직노송도, 송하선인취생도, 매화병제도, 조춘도, 계산행려도, 만학송풍도 등 해외에 유출된 국보급 회화 문화재를 디지털 명화로 재현한 블루캔버스는 생활 속에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미디어아트로 스며들게 한다.
한편 NFT가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최적의 공간은 메타버스(metaverse)다. 실제로 미술작품 외에도 디지털로 구성된 수많은 무형의 작품이 NFT를 통해 거래된다. 특히 웹상이나 모바일상의 가상세계가 많은 온라인게임에서 NFT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온라인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 ‘마인크래프트’ 등의 가상세계에선 개개인의 작품이나 자산들이 이미 NFT를 통해 소유권을 인정받고 있다. 아예 NFT 기반의 게임인 ‘크립토키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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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가상과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첨단 사회에 진입했다. 빠른 속도로 우리 삶 곳곳에 디지털 문화가 스며들고 있다. 디지털 아트 시장의 수요를 노리는 집단과 구매자 집단 모두 디지털 아트의 창의성과 NFT, 그리고 가상화폐 가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이해하게 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과정과 진통을 겪은 뒤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현실테마를 대체하는 가상현실의 미래,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메타버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어떤 영향력으로 자리 잡을지 예측할 수는 없다. 현실경험을 흡수하는 가상경험, 새로운 시장 경제의 원칙 속에서 메타버스와 NFT가 만들어갈 미래는 분명 기존 온라인 전시·공연이 갖지 못한 자본가치의 재생산에 새로운 문화경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