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 있는 새로운 경험은 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카타르시스(Catharsis)는 순화, 정화, 배설이라는 뜻이 있으며, 심리학에서는 억압된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비극의 과정을 보는 관객에게 연민과 동정, 슬픔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감정을 정화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보며 느끼는 통쾌함과 슬픈 영화를 보며 쏟아내는 눈물이 마음을 후련하게 할 때가 있다. 우리는 TV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열광하고,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카타르시스는 예술작품을 감상함으로써 마음속 감정을 토해내고 정화하기도 하며,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외부에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문화를 통한 치유가 절실한 사회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미술 작품의 감상, 독서, 공연 관람, 문화재 탐방, 스포츠 경기 응원은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겪고 있는 ‘코로나 블루’의 치유제다.
변화된 환경에서 선호되는 여행은 비대면 관광지다. 사람이 밀집되지 않는 한적한 곳, 드넓은 야외에서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는 방식이다.
여가 활용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야간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으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가 된다. 특히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이른바 ‘뷰 포인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안전한 환경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역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 현장에서의 야간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상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여 심신을 위로하는 기능이 있다. 더욱이 지역경제 창출과 사회 통합을 실천한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에게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조화된 야경은 ‘마음 백신’이다. 야경을 즐기는 산책 자체가 중요한 관광콘텐츠가 된다.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핵심콘텐츠는 예술작품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과 예술의 결합은 더욱 강조된다. 아트&테크놀로지다. 예술과 첨단기술이 결합한 미디어아트, 실감콘텐츠는 사람들의 울적한 감성을 달래주는 카타르시스로 작용한다.
2003년 유네스코(UNESCO)는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대한 헌장」을 제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디지털 유산은 인류의 지식과 표현의 독특한 자원들로 이루어진다. 디지털 유산은 디지털로 창출된 기술적·법적·의학적 정보 및 그 밖의 정보, 또는 현존하는 아날로그 자원의 디지털 전환 형식과 함께, 문화적·교육적·과학적·행정적 자원을 포괄한다’로 정의했다. 즉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 연구, 응용하고 콘텐츠로 보급하는 개념이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다.
이 디지털 헤리티지를 문화재 활용과 관광자원 개발로 확장한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지자체와 함께 올해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을 활용, 야경과 결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선보인다. 개방된 야외 문화재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밀접, 밀집, 밀폐를 차단하며,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향유할 수 있는 워킹스루(Walking-thru, 도보 이동형) 형식의 분산형 관람 프로그램으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여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문화유산을 이해·전달,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인문지식과 과학기술이 융합하여 문화재의 가치를 재창출한다. 문화유산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실감형 페스티벌이다.
7∼8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법주사(충북 보은), 8∼9월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산성(충남 공주), 정림사지(충남 부여), 미륵사지(전북 익산), 9∼10월 <수원화성> 화서문(경기 수원)에서 미디어파사드, 인터랙티브 아트, 빛의 거리 등의 디지털 헤리티지로 만나게 된다. 같은 시기, 세계유산축전도 함께 열려 한층 다채로워진다.
지금의 삭막한 삶에 예술은 마음을 위로하고 긴장감을 풀어주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과 연민이 예술작품을 통해 자극되면서 해방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예술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이 감정의 정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사회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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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 침체에 대한 효과적 대책으로 야간관광은 관광 지출, 고용 창출, 여가 선용 등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다. 야간관광은 지역의 경관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에 중요한 문화경제가 된다. 불 꺼진 지역의 상권을 다시 밝히는 희망의 빛이다.
작금의 상황에 코로나로 억압된 우리 마음속 응어리를 날릴 예술작품은 치유제가 된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여기에 더한 콘텐츠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위안과 활력을 주는 카타르시스다. 첨단유산으로 선보일 5개 지역의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가 그래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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