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환수의 요원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환수해야 할 문화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이 누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외에 소재한 문화재 원작의 감동을 국내에서 디지털로라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미래세대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2021년 4월 집계 기준 22개국 20만4천693점이다.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보급의 중요한 문화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도 상당수로 추정된다. 이유는 개인이 보유한 유물은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는 궁극적으로 모든 문화재를 완전히 환수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경기 수원시의 수원화성박물관에는 프랑스 소재 ‘정리의궤’의 복제본을 방문객에게 전시하고 있다. 프랑스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영인본이다. 2016년 그 실물이 최초로 확인됐다. 환수가 어려운 상황임에 따라 수원시는 2018년 프랑스 현지에서 실측과 색 감수, 사진 촬영 등 복제 작업을 거쳐 영인본을 제작, 같은 해 10월부터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정리의궤’(원래 명칭은 ‘뎡니의궤’)는 ‘현륭원 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 등을 한글로 종합 정리한 의궤로 국내에는 없는 판본이다. 현존하는 한글의궤 중 가장 이른 연대의 의궤로 추정된다. 총 48책 중 13책만 현존하고, 프랑스 국립파리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에 12책,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1책이 소장돼 있다.
정리의궤는 1887년 우리나라에 부임한 첫 번째 프랑스 외교관으로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53∼1922)가 갖고 있던 것으로 그가 생전에 파리동양어학교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하거나 다른 이에게 판매했던 것을 기증받은 것이다.
그가 어떻게 정리의궤를 손에 넣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물물교환, 금전 거래 등을 통해 고서를 수집했던 그의 활동상으로 봤을 때 당시 정리의궤를 조선왕실로부터 선물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정리의궤는 약탈 된 문화재가 아니기에 완전한 환수에 제약이 따른다. 수원시의 정리의궤 복제를 통한 전시 사례처럼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활용 정책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데이터 복제와 디지털 복원을 통해 하루빨리 그 원본의 가치·의미를 우리 국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여러 사유로 당장 돌아올 수는 없지만, 디지털 문화유산(Digital Heritage)으로 복원한다면 환수해야 할 문화재가 비록 해외에 있더라도 그 원작의 감동을 우리 국민이 느끼도록 할 수 있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디지털 귀향’은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디지털 전환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문화재 환수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복원된 디지털 문화유산을 통해 돌아와야 할 문화재 원작의 가치·의미를 후대에 전하는 적확한 방법론이다.
2019년 12월 수원화성박물관이 발간한 역사자료총서 『뎡니의궤』의 발간사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뎡니의궤는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위해 특별히 한글로 제작한 것으로, 현륭원 행차와 수원화성 축성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특히 수록된 성역도는 화성행궁의 주요 건축물과 수원화성 시설물이 채색으로 그려져 있어 그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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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귀향은 수많은 해외 유출 문화재의 반환이 요원한 만큼 디지털 방식으로 고국의 품으로 귀향시키는 대국민 캠페인이자 디지털 보존·전승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낡고 훼손되어가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재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 문화재의 원형을 오롯이 이어주기 위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책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외 소재 문화유산을 첨단기술로 복원, 재현한 디지털 헤리티지는 예술작품으로 감상하기도 하며, 실감형 콘텐츠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중요한 시대에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 문화유산은 온·오프라인에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치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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