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2021년 4월 집계 기준 22개국 20만4천693점이다.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보급의 중요한 문화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도 상당수로 추정된다. 개인이 보유한 유물은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는 궁극적으로 모든 문화재를 완전히 환수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4월 28일,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의 문화재·미술품 11,023건의 국가 기증으로 미술계가 뜨겁다. 이를 계기로 지역에 이건희 미술관을 서로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노력과 경쟁도 가열됐다. 어느 때보다 국보급 미술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다. 그 심리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최상의 미술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5년 3월 1일,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를 염원하는 ‘디지털 귀향’이 시작됐다. 고국으로 돌아와야 할 문화재 원작의 감동을 생생히 전하는 미디어아트 전시회로 해외 유출 문화재를 디지털로 귀향시키는 대국민 캠페인이다.
외교적 협상이 필요해 언제 환수할지 기약할 수 없는 문화재 환수의 요원함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다. 국외에 소재한 문화재는 환수 전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이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외 소재 문화재 원작의 감동을 국내에서 우리가 느끼고, 미래세대에게 그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 문화재는 국외로 반출되곤 했다. 특히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 일제강점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선물, 매매 등으로 나간 것이 있는가 하면, 약탈당한 문화재도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외규장각 의궤’, ‘몽유도원도’가 대표적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학술적 연구대상이 아니라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는 문화의 토대다. 한 나라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국을 떠난 문화재 환수는 우리 얼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찾아와야 한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여러 사유로 당장 돌아올 수 없지만, 디지털 문화유산(Digital Heritage)으로 복원한다면 환수해야 할 문화재가 비록 해외에 있더라도 그 원작의 감동을 우리 국민이 느끼도록 할 수 있다.
‘디지털 귀향’은 삼성그룹 제일기획에서 오랜 시간 디자인·광고 전문가로 활약하며 마스터를 지냈던 남상민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퇴직 후 전업 작가로 새 출발, 과거의 명작을 디지털 명화로 재창조하는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다가 문화재 보존·전승을 위한 활용 활동으로 2015년 시작했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원작을 실감형 미디어아트로 복원하여 환수를 염원하는 민간 차원의 대국민 캠페인으로 전개됐다.
필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상임이사로 합류한 사단법인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가 국외 소재 문화재를 디지털 명화로 재현하며 ‘해외 우리문화재 디지털귀향’ 캠페인을 잇고 있다.
‘디지털 귀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문화재 환수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복원된 디지털 명화를 통해 돌아와야 할 문화재 원작의 가치·의미를 미래세대까지 전달하는 비대면·디지털 환경의 적확한 방법론이다.
일제강점기 반출된 오구라컬렉션 한국문화재(1천30건) 중에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재한 백제금동반가사유상(7세기), 원두대도(공주 송산리 1호분 출토) 등 백제문화유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올해는 무령왕릉 발굴 50주년과 갱위강국 선언 1500주년이 되는 그야말로 ‘무령왕의 해’다. 충남도와 공주시, 부여군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백제문화유산 콘텐츠를 세계유산축전-백제역사유적지구, 백제문화제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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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외 소재 백제문화유산을 첨단 기법으로 복원, 재현한 디지털 헤리티지는 방문객에게 실감형 전시·체험의 활용 프로그램이 된다. 마음이 중요한 시대에 문화유산 미디어아트는 온·오프라인에서 백제의 정신과 역사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디지털 귀향’은 수많은 해외 유출 문화재의 반환이 요원한 만큼 디지털 방식으로 귀향시키는 대국민 캠페인이자 디지털 보존·전승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낡고 훼손되어가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재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 문화재의 원형을 오롯이 이어주기 위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소명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