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가격 급락에 따른 시장 침체에도 블록체인 스타트업에는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들이 가격 등락에 동요하지 않고,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시장분석 업체 CB인사이트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2분기 핀테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44억 달러(약 5조6천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50% 이상,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9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분기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블록체인 업체는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코인) 'USDC'를 개발한 '써클'이다. 총 4억4천만달러(약 5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써클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콩코드 애퀴지션과 합병을 통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합병 후 회사 가치는 45억 달러로 평가된다.
이 기간 두 번째로 많은 투자금을 확보한 블록체인 업체는 렛저다. 렛저는 개인과 기업이 자신의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하드웨어 지갑 개발업체다. 2분기 렛저는 3억8천만 달러(약 4천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이번 보고서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나 그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 업체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암호화폐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렛저 파스칼 고티에 CEO는 지난해 말 CNBC와 인터뷰에서 "메이저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면서 이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투자 라운드에는 금융 기관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세계 모든 주요 금융 기관이 암호화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들이 역대 최고가 대비 반토막나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비트코인은 가격은 지난 4월 6만5천 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가 현재 3만2천 달러로 반토막 난 상태다. 이더리움 가격 역시 지난 5월 4천 달러를 돌파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격 급락 후 침체기를 겪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 시장과 달리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벤처 캐피탈(VC)은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동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CB인사이트 수석 분석가인 크리스 벤첸은 CNBC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VC들은 여전히 암호화폐가 미래 주류 자산군이 될 것이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블록체인이 금융 시장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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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실리콘밸리 유명 VC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지난달 22억 달러(약 2조5천억원)의 암호화폐 펀드를 출범시켰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암호화폐가 컴퓨팅 혁신의 다음 물결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펀드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핀테크 기업 전체에 대한 투자도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은 2분기에 308억 달러(약 35조5천억원)를 모금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30% 증가한 것이며, 전년 동기 대비 거의 3배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