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 다음 1년, 메타버스가 이끈다

[이슈진단+] 디지털 뉴딜 1년 성과와 전망(下)

방송/통신입력 :2021/07/23 07:27    수정: 2021/07/26 00:13

지난해 7월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위기극복과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 전략을 내놓았다. 그 중심축의 하나가 디지털 뉴딜이다. 국가적 디지털 전환 인프라를 구축해 혁신성장 토대를 마련하고 데이터 뉴딜 추진과 디지털 역량 강화로 일자리 창출, 디지털 포용을 동시에 실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으로 지닌 ICT 역량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촉발된 온라인 소비와 원격 근무 등 비대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1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뉴딜 정책의 성과가 얼마나 달성됐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디지털뉴딜 추진 1년 동안 비대면 서비스의 수준이 한층 올라서면서 정부는 목표를 수정했다. 정책 추진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로 멈춘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교육, 의료, 중소벤처, 상업 등 산업의 비대면화를 도모했다. 

민간에서는 원격 교육 플랫폼이 개발됐으며,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업무 연속성을 위해 화상회의, 협업툴 등 솔루션들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했다. 또한 스마트병원을 추진해 방역 업무를 비롯해 의료·행정 일손을 도울 수 있게 됐다. 몰려드는 공공 행정 업무를 위해서도 국가 시스템의 클라우드화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한 차원 높은 비대면 서비스의 결정체인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유롭게 생성한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들과 교류하고, 현실과 같이 혹은 그 이상을 구현한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디지털화 된 사회간접자본(SOC), 각종 비대면 서비스들을 흡수할 수 있을만큼 강력하다.

메타버스 공간에 만들어진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신입행원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참석했다.(사진=하나은행)

이에 정부는 메타버스를 디지털뉴딜2.0에서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정부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여러 가지 기술의 복합적인 현상이자 사회문화적인 현상이기도 한 것 같다"며 "새롭게 변화하는 영역에 있어서 ‘어떠한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할 거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거냐?’는 단언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갖고 있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그리고 블록체인들이 다 결합돼 있는 새로운 디지털 영토 내지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히나 비대면 분야에 핵심적인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현재 수단으로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망 고도화·클라우드화의 새로운 명목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애플리케이션 단의 서비스다.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통신과 컴퓨팅 자원,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증강현실(AR)·VR 수준의 콘텐츠를 사용하는데도 기존 LTE망으로는 원활하게 이용하기 어렵다. LTE로 AR 콘텐츠 감상하면, 화면과 음질이 툭툭 끊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통신사들이 5G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킬러 콘텐츠로 AR·VR로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용량의 트래픽 전송,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을 가능케 하려면 클라우드의 활용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을뿐 아니라 컴퓨팅 자원을 즉시 확대·축소하는 것도 가능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같은 변화는 공장, 병원, 일상에서의 비대면화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고도화로 이어졌다.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

판이 점차 커지자 정부는 디지털뉴딜 2.0 버전에서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분야 예상 투자액을 기존 44조8천억원에서 49조원으로 늘렸다. 신설 과제인 초연결 신산업 육성 분야의 국가 예산은 2조6천억원이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과제에 책정된 국비는 31조9천억원에서 33조5천억원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디지털 뉴딜 1.0까지는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디지털뉴딜2.0에서는 글로벌 진출이 목표다. 국내에서 검증받은 이들 서비스들을 글로벌로 진출시켜 전략적으로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인증된 성과는 전 국토, 전산업으로 확대하고 공공 주도의 디지털 전환을 민간 기업에서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 메타버스 활용성 위해 '개방형 시스템' 먼저 구축 

정부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구축해 보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에 내재된 데이터와 저작도구를 제3자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활용 분야는 관광 콘텐츠다.

이미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들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이프랜드' 등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관련 콘텐츠 제작을 위해 자체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며, 또다른 스튜디오인 비브스튜디오에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케이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K팝 팬들은 앞으로 디지털 휴먼 콘텐츠와 메타버스 뮤직비디오∙콘서트 등 새로운 K팝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네이버제트는 글로벌 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 중이다. 크리에이터 참여형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는 출시 한달만에 창작자 6만명이 참여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글로벌 1020세대가 주축이다.

실제 활용 사례도 넘쳐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업무 회의뿐 아니라 콘서트, 패션쇼, 신입 은행원 수료식까지 이뤄진다. 심지어 병원들도 메타버스 상에 공간을 꾸렸다. 환자가 수술 전 수술실, 병동 등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 과정을 메타버스 상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수술실에는  8K 고화질에 360도 입체 카메라를 구축했고 실제로 폐암 수술 과정이 메타버스로 각국 연구자들에게 공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

지난해 기준 메타버스 전문기업 수는 21개에서 내년 56개, 2025년 150개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초연결을 위한 또다른 기술인 공공이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15개에서 내년 150개, 2025년 400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IoT 기업 수는 2천500개에서 2025년 3천100개로 확대된다.

'데이터댐-5G MEC-SOC 디지털화' 지속 추진

디지털화 된 SOC 그 자체로도 가치 있다. 스마트도로·스마트항만·스마트전력 등으로 구현돼 국민과 산업에 도움이 될 서비스로 재탄생 된다. 그런데 SOC 디지털 정보들이 메타버스와 결합되면 또다른 효과를 창출한다. 정부가 제시한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 예시를 보면 향후 3차원 공간정보, 도시정보, 지역 공간정보, 산업용 데이터 등도 메타버스에 연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SOC 디지털화 정부 사업으로 차세대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홍수관리시스템, 저수지재해예방 계측기 설치, 정밀도로지도 과제 등에서 우수한 성과가 창출됐다. C-ITS가 도입된 도로는 지난해 375km에서 올해 1천900km 수준으로 늘었다. 홍수관리 시스템은 807개소에서 2천20개소로 100% 완비했다. 저수지재해예방 계측기 마련은 32.3%에서 47%까지 설치율을 달성했다. 정밀도로지도 구축은 지난해 고속도로 수준에서 올해 일반 국도까지 추진될 전망이다.

KT는 작년 완성된 제주도 디지털 도로에 C-ITS 기술 중 하나인 긴급차량 우선신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앞으로 환경·안전 등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합기술도 개발하고, 소부장 제조혁신 및 작업현장 개선, 지화배관 개선 및 풍력발전 설계 등을 추진 중이다. 도시·산단의 공간 디지털 혁신 과제 사업비(국비 포함)는 2025년까지 1조2천억원, 스마트 물류 체계 구축에 3천억원에 달한다.

비대해진 데이터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망의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 기존에 유선 통신 중심이었던 국가망은 올해로 5G 국가망 실증 단계로 진입했으며, 2025년까지 전 정부청사를 5G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시기까지 5G·AI 기반 지능형 정부를 위해 9조7천억원을 투입한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과제는 2025년까지 6조4천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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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2.0에 투입되는 국비 목록

초대형 AI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 자발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KT, ETRI, LG전자 등으로 이뤄진 'AI 원팀',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 등으로 구성된 'AI R&D 협의체' 등이 운영된다. 통신3사는 지난해 5G 구축 등을 위해 3년간 총 2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5G 모바일엣지컴퓨팅(MEC) 융합서비스 발굴 등을 추진 중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관계부처와 함께 지속 발전하고 진화하는 디지털 뉴딜 2.0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민간과 협업·소통하여 디지털 뉴딜 2.0의 분야별 추진계획을 구체화하여 발표·시행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