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에 폭염까지…10년 만에 블랙아웃 가능성도

[이슈진단+] 올 여름 전력수급 비상

디지털경제입력 :2021/07/01 14:32

올 여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되면서 전력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당장은 최대전력수요 발생이 예상되는 다음달 둘째주가 고비다. 10년 전인 2011년 9월 대정전(블랙아웃)과 같은 전력 대란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경기회복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급 비중에서 절반을 넘어서는 산업용 전력공급의 안전성도 관건이 됐다.

정부는 전력 예비력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추가 예비자원을 적기 투입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전기료 인상과 더불어 전력공급 차질 등 탈(脫)원전으로 인한 전력 공백 가능성에 대해선 과도한 우려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사진=Pixabay

무더운 날씨에 실물경기 가파른 회복…전력수급 '이중고'

정부는 1일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제128회 현안조정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을 심의해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여름은 전력공급 능력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 기상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의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공급 능력은 상승할 것"이라며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비한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Pixabay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은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전력수요가 매우 급증할 우려가 크다. 무더위 절정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경으로 예상된다. 평균 최대전력도 7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실물경제가 회복되면서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대 폭인 45.6%를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4%, 3.8%로 전망했다.

최대전력수요 발생이 예상되는 피크시기는 다음달 둘째주로 예상된다. 이 시기 전력공급 전망 발전소 고장 정비 등으로 인해 공급능력은 99.2기가와트(GW) 규모가 될 전망이다.

또 전력 예비력이 가장 낮아질 시기는 이달 넷째주로 예상된다. 이 시기 예비전력은 4기가와트(GW)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크시기 전력수급 전망. 자료=산업부

5월 전력판매량 6.6%↑…산업용은 두 자릿수 증가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최근 기상전망과 경기회복세를 종합 고려했을 때, 기준전망은 90.9GW 내외, 상한전망은 94.4GW 내외로 예상된다. 산업부가 전력수급 비상 시 활용 가능한 예비자원은 현재 8.8GW 규모다.

기준전망은 최근 5년 피크발생일 직전 72시간 평균기온(29.4℃)을 적용한 것이다. 상한전망은 최근 30년 피크발생일 직전 72시간 평균기온의 상위 3번째 기온(30.2℃)을 기준으로 했다.

문제는 벌써부터 전력판매량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력판매량은 총 219.8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212.5TWh) 대비 3.4% 늘었다.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달 전력판매량은 40.8TWh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1~5월 전력판매량과 5월 전력판매량 추이. 자료=지디넷코리아

산업용 전력 수요 곡선은 더욱 가파르다. 1~5월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총 119.6TWh로, 지난해(115.4TWh)보다 3.7% 증가했다. 전체 전력판매량 대비 산업용 전력판매량이 약 54% 비중인 셈이다. 최근 경기회복세에 따라 지난 한 달간은 전년 대비 10.3%나 늘었다.

최저 예비력 주간인 이달 넷째주 전력 예비율은 상한전망과 기준전망을 토대로 4.2%에서 8.8% 범위가 될 전망이다. 만약 예비력이 상한전망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최저율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최근 화재가 발생한 신고리원전 4호기와 현재 정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을 고려하지 않은 예상치다. 이들 발전소가 재가동되는 다음달 둘째주엔 예비율이 5.1%에서 9.1%로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예비율은 6~7%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해 여름 전력 예비율이 9.9%였고, 111년 만에 폭염이 찾아온 2018년 여름 예비율이 7.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예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오후 7시께 대구 수성구의 한 빌라 승강기가 멈춰 119구조대가 구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 재현될까…정부 "전력 수요관리 철저히 하겠다"

에너지 업계는 산업용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블랙아웃 사태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력 예비율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나, 지난해와 달리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블랙아웃은 전기 사용량이 공급량을 초과해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이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순환 정전 사태였다. 늦더위로 인해 예비전력이 300만킬로와트(kW)대로 감소하자 일부 지역에서 단전을 한 것이 차례로 타 지역에 영향을 줬다.

정부의 무리한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력수급이 우려되는 현재로선 재생에너지보다 전력공급 효율이 좋은 원전과 석탄발전소에 의존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수급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블랙아웃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는 올해에 국한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정책과 연결 짓는 것은 옳지 않다. 수요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3차 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편, 산업부는 오는 5일부터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에 들어간다. 이 기간동안 전력거래소·한국전력·발전사 등 전력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전력수급 종합상황실'을 운영해 전력수급 상황을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다.

부산복합 4호기, 고성하이 2호기 등 현재 예방정비 중인 발전기의 시운전 일정도 전력피크 주간으로 조정한다.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방전시간도 전력피크 발생시간으로 변경한다. 전력수요 의무감축(DR), 공공비상발전기 등도 적기에 투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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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송배전 설비와 발전기에 대한 특별점검도 실시한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시설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공급 상황을 재점검해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론 공공·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절감도 유도한다. 산업부는 기업체에 여름철 휴가 분산과 냉방기 순차운휴 등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올 여름철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전기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범부처 합동으로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