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을 말하면 떠올리는 것들이 있다. 충무로가 그렇다. 흔히 영화의 메카로 불려온 충무로에 또 다른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다. 방송국, 신문사, 각종 회사들이 즐비한 충무로에 로봇 카페가 등장했다. 충무로 인근 회사원들 사이에선 '핫'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자가 로봇 카페 '비트박스'에 도착한 시간은 다소 이른 오전 10시. "카페인이 없이는 잠이 깨지 않는다"는 회사원들의 오래된 격언(?)처럼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로봇 커피로 잠을 쫓고 있었다.
이곳 충무로에 로봇 카페 비트박스를 개점한 비트코퍼레이션은 결제서비스 전문기업 다날그룹의 계열사로 지난해 10월 달콤카페(현. 다날F&B)에서 분사했다. 이후 지난 4월 비트박스 판교 테크노점을 시작으로 25일 현재 전국 30여 곳의 로봇 카페 비트박스를 운영 중이다.
완전 무인으로 운영되는 비트박스는 키오스크 뿐만 아니라 자사 어플리케이션 'b;eat'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많은 손님들이 어플로 미리 주문하고 방문해 커피를 내어갔다.
기자 역시 로봇이 타주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 'b;eat' 어플로 커피를 주문했다. 이윽고 '깜찍'하게 디자인된 바리스타 로봇은 커피컵을 뽑아 로드셀 위로 이송했다. 로드셀이란 컵에 얼음, 물 등의 무게를 감지해 적정량을 투입하는 일종의 소재부품이다.
놓인 컵엔 적정량의 얼음이 받아졌다. 이후 바리스타 로봇은 연체동물에 빙의된냥 목과 허리를 마구 꺾어가며 머신기로 컵을 이동시켰다. 에스프레소, 원두 등을 넣을 때까지 바리스타봇은 분주히 움직였다.
'b;eat' 혹은 키오스크로 주문 시 부여받은 번호가 비트박스 하단 6개의 커피 출입구 중 한 곳에 표시됐다. 바리스타 로봇은 귀여운 윙크를 보내며 기자에게 커피 완성을 알렸다. 이 바리스타봇엔 윙크 외에도 23가지의 표정이 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데는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바리스타봇은 1시간에 100잔을 만들어낼 수 있다. 로봇이 정성스레 타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보통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과 같았다. 특별히 더 맛있지도, 맛이 떨어지지도 않는.
비트박스 커피의 독특한 점은 '엠보컵'을 쓴다는 것인데, '엠보컵' 표면엔 볼록한 돌기가 있어 결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컵홀더를 끼우지 않아도 손이 차갑지 않고 뜨겁지 않다. 하지만 친절한 비트박스는 컵홀더 역시 구비해놓았다.
카페 내부엔 4개의 라이다(Lidar)가 설치돼 있다. 이 라이다는 카페 내부 특정 장소에 사람이 밀집돼 있는 지, 어떤 곳이 한산한지 손님들의 이동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한다. 이 데이터들은 향후 개점되는 '비트박스' 카페 내부 디자인에 활용된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비트박스는 완전 무인을 지향한다. 하루에 한 번 '비트바이저'가 방문해 바닥 청소, 커피 재료 교체, 간단한 기기 점검을 시행한다. 이를 빼면 모든 운영 과정이 무인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이를 가능케한 건 비트코퍼레이션이 자체 개발한 '아이매드'(i-MAD)라는 시스템이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본사에서 로봇 카페를 24시간 원격으로 관제한다. 로봇의 기능 고장 역시 이 시스템을 통해 수리가 가능하다. 물론 심각한 기능 고장이 발생할 경우 일명 '비트케어'팀이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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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퍼레이션은 지금과 같은 입소문을 타고 연내 100호점까지 카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비트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카페업계 상황 속에서도 드라이브스루 매장 확대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차별화된 카페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