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시장 독점적인 정책으로 꼽히는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법안이 야당 반발로 국회 상임위 회의가 무산되면서 또다시 논의 순위에서 밀렸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10월 시행으로, 지금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지 않으면 때를 놓치게 된다.
야당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회의 일정을 보이콧했다. 지난달에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문 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당과 의견 다툼을 벌이며 시간을 끌었다.
이번엔 김어준씨의 고액 출연료에 대해 의심이 간다며 TBS 감사청구권을 전체회의에 상정을 요구하다 불발되자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이에 17일로 예정됐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제2 법안소위)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는 제2 법안소위 소관이다.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빗장을 걸어잠그고 '아님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부터 두 달 가까이 TBS에 대한 서울지 지원예산 400억원의 집행 내역과 계약서 없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에게 고액 출연료를 지급한 사실에 대해 감사원 청구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정을 하고 불합리하면 부결하면 되고 어떤 상임위건, 본회의 의안이건, 상정조차 않는다는 건 의회 독재다"며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상정 자체를 안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TF와 반도체TF를 구성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또 거버넌스와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어서 그에 대해 논의를 하기로 했다"면서 "갑자기 TBS 감사권을 가지고 나와 모든걸 파기시키는 태도를 보여 유감"이라고 말했다.
순서와 선행된 합의를 지켜야 한다. 야당은 오히려 TBS 감사권청구가 전체회의 합의 조건이었다 주장하며 어깃장을 놓았다. 지난번 임 장관 청문 보고서 채택 건도 마찬가지다. ICT 법안을 논의하는 제2법안소위 일정을 야당 간사 측에서 조율하면서 향후 일정은 안갯속이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이를 10월 이후 통과시키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법안의 효과를 반감시킬 여지가 크다. 정책 시행 후 결과를 보고 반영해서 오류를 수정해 입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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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인터넷 및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대하기 위해 수차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구글을 독점 기업이라 칭하며, 인앱결제 강제 또한 독점 정책의 한 줄기로 보고 있다.
소규모 창작자에게 3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강제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콘텐츠 산업을 후퇴하게 만드는 시초이자, 기업의 독점 행태를 지지하는 꼴이 된다. 국내 게임, 콘텐츠 창작자들의 호소에 귀기울여야 한다. 국회 정치인들의 아님 말고 식의 태도가 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