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낮추려는 노력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 화재 안전성 제고가 뒷받침돼야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만난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전기차배터리의 세 가지 숙제로 가격·기술력·안전성을 꼽았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전기차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문제"라며 "전기차 수요가 높은 MZ세대(10대 후반~30대 청년층)를 공략해 2천~3천만원대 소형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많이 출시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차가 비싼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팩 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150달러(16만7천원) 수준이다. 업계는 이를 절반 가량인 70달러(약 7만8천원) 수준으로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https://image.zdnet.co.kr/2021/06/10/40bcb89bb3070fc0a411a122b252a6c7-watermark.png)
정 부회장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했다. 전기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주행거리와 연결된다. 그는 "가령, 유럽에선 주행거리 500~600km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300km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하루 일상적인 주행거리를 50km 정도로 보기 때문"이라면서 "반면에 우리는 기술력을 높인 끝에 주행거리 500km대에 안착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고체배터리를 누가 더 빨리 만들어 상용화하느냐 역시 관건"이라며 "국내 업계의 시차가 빠른 편이다. 2027년이 되면 소량 양산해 파일럿 테스트를 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실제 상용화는 2030년 정도로 본다"고 했다.
화재로 인한 전기차의 안전성 논란 역시 배터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정 부회장은 강조했다.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는 수년간 이어져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69건에 이른다.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냐는 데엔 이견도 있다. 문제는 '내 차는 안전할까'란 의문이 전기차 실수요자가 차량 구매를 꺼리는 이유가 됐다는 점이다.
![](https://image.zdnet.co.kr/2021/06/09/9f496569f27fb493d0220822e63ec738.jpg)
배터리에 투자 지속해 전기차 시장 볼륨 키워야
가격·기술력·안전성이 현재 전기차배터리 성장과 직결한 문제라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볼륨(Volume, 부피)을 키우는 것이 숙제라고 정 부회장은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전세계에 1억2천만대의 전기차가 등록이 돼있는데, 올해 판매대수를 500만대씩으로 잡으면 10년 뒤 5천만대, 20년 뒤 1억대 등 매년 30%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같은 성장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배터리에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례로, 중국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전기차 볼륨을 키우고 있다"며 전기차 점유율을 좌우하는 것이 구매보조금인데, 중국은 이를 중단했다가 다시 내년까지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 집중하다가 이제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도 조인트벤처(JV, 합작)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미국 테슬라라는 월드 자동차 메이커와의 협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https://image.zdnet.co.kr/2021/04/16/44ecdf671e4b4dac3713696c76fb3917.jpg)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 업계에)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한 분야가 인력을 계속 구조조정하고 있다"며 "산학협력이 운영되는 학과가 총 5개에 불과하다. '배터리 학과'는 전국에 유니스트(UNIST) 한 곳 뿐이다. 이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인력이 중국과 유럽 쪽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더 많은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인력 양성에 도움을 주고, 배터리 업계는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인력 양성을 위한 펀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인력 양성 방안은 다음달 초중순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K-배터리 발전전략'에도 포함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 인력 양성을 반도체처럼 좀 더 타이트하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과 기업의 국내 투자 시 세액공제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고 했다.
![](https://image.zdnet.co.kr/2021/06/10/761f26ce122695dff95664462586e90d-watermark.png)
배터리처럼 성장잠재력 큰 산업 없어…新시장도 눈여겨봐야
정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치킨게임이 종료되면서 주요 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배터리는 아직 기업마다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다"며 "두 산업의 커가는 양상이 비슷해보일 지도 모르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 전기전자와 재료·화학공학 등 기본적인 기술 전략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조(兆)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의 투자 규모는 1기가와트(GW)당 1천~1천200억원에 불과하다. 60킬로와트(kW) 기준으로 1GW면 1만7천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며 "반도체는 기술속도 변화가 빠른 반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장비 교체 등의 이슈가 없어 한 번 투자해놓으면 상당히 오랜기간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배터리 만큼의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이 없을 것"이라며 "2030~35년이 되면 내연기관차 판매·생산이 금지되면 시장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매출이 늘면 글로벌 기업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https://image.zdnet.co.kr/2020/04/28/pym_90Nf84VUuEMSrTOv.jpg)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일자리 유출 문제를 불러올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최종적인 배터리 메이커는 해외로 나가지만, 기업에 소재·부품·장비를 조달하는 업체들은 국내에 있어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인터배터리21] 배터리 3사 "핵심인력 확보 중요한 시점"2021.06.09
- [인터배터리21]문승욱 장관 "이차전지 생태계 고도화…산업발전 방안 조속 수립"2021.06.09
- 문승욱 "K-배터리 전략 7월 발표…탄소중립 산업대전환전략은 연내"2021.06.08
- [인터배터리21] LG·삼성·SK, 차세대 배터리 기술 뽐낸다2021.06.08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배터리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배터리 재활용 등 신(新)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ESG경영과 함께 새로 떠오르는 것이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인데, 웬만한 회사들은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보면 된다"며 "유럽연합(EU)은 이미 사용한 배터리에서 추출한 소재를 30%까지 재활용하라고 권고 중이다. 현재 원재료 수입을 중국 등에 기대는 상황인 만큼,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