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또 다른 세상이 폭발하는 것"

김상균 교수, 정산연 주최 포럼서 강연..."조직 내부 등 바꿀 것"

컴퓨팅입력 :2021/06/01 12:53    수정: 2021/06/01 14:34

"메타버스가 단순한 유행이 아닐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규모가 메타버스 때문에 향후 10배 정도 더 커질것이라는 예측이 있고, 글로벌 시가총액(시총) 톱10 기업 중 7곳이 메티버스에 적극적인데 이들의 기업 가치를 합치면 1경원이나 됩니다. 애플이 작년 한해 앱스토어로 창출한 시장규모도 570조원이나 됩니다."

메타버스 분야 권위자인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1일 한국정보산업연합회(정산연, 회장 정진섭)가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제 5회 디지털 리더십 포럼 조찬강연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세대서 인지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메타버스에 관한 책 '메타버스-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과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를 출간한 바 있다. 로보틱스(학사)와 산업공학(석사), 교육공학(교환교수 시절)을 공부했고 학부 3학년때 게임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스타트업을 두 번 창업하기도 했다. 투자기관 자문으로 일하다 2007년부터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날 김 교수는 '메타버스, 비즈니스의 판을 흔들다'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상과 우주를 뜻하는 ‘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가상에 그대로 옮겨 놓은 걸 말한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 정의를 "아바타로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규정하며 아바타가 핵심 키워드라고 진단했다. 나를 상징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게 바로 아바타라면서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부캐 역시 아바타라고 해석했다.

김상균 교수가 1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 관련 책을 두 권 발간했다.

김 교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스포츠 분야에서 대등한 경쟁사였지만 나이키가 3배 이상 커졌는데 이는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메타버스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메타버스가 ▲조직 내부 프로세스 ▲파트너 비즈니스 방식 ▲소비자 생활 방식 ▲인류 문화 등 네 가지를 바꿀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직 프로세스 변경과 관련해 이미 국내 대기업이 착수했다면서 "나는 가만히 있는데 파트너의 비즈니스 방식이 바뀔 것"이라며 "요즘 세대는 사람 만나길 꺼려한다. 젊은층 일수록 사람이 전화 받는 걸 싫어해 콜포비아라는 말도 있다"고 소개했다.

메타버스를 사용할까?라는 질문에는 미국 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설명했다. 올 5월 한 미국 조사기관이 미국 성인 1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품목에 따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게 달랐는데 화장품이 가장 높았고 안경이 가장 낮았다. 

김 교수는 "해외서는 버츄얼 테스트 드라이브도 늘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매장 수는 줄어들지만 커머스 매출은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바타가 비즈니스 현장에 사용되는 사례도 소개했다. 대표적인게 지니(GENIES)라는 플랫폼으로 미국 유명인들이 많이 가입했다. 

구찌 운동화도 성공 사례로 들었다. "구찌가 올드 브랜드 같지만 웬만한 IT기업 못지 않게 다양한 시도를 한다. 2~3만원 인데 배송을 안해준다. 내 조카도 샀다. 왜 샀냐고 물으니 아바타 때문에 샀다고 하더라"면서 "젊은 층이 (구찌 운동화를)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이해가 안가는데 이게 요즘 세대"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휴대폰에 구찌 앱을 깔면 증강현실(AR) 기능이 있어 내 발이 마치 구찌 신발을 신은 것 처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국내 성공 사례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하이브를 꼽았다. 하이브는 위버스(weverse)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BTS가 페이스북 등 외국 플랫폼을 통해 팬과 소통했는데 IT기술로 무장한 하이브가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만들어 이 안에서 팬들을 소통케 하고 있다. 김 교수는 "1년에 2천만건 정도 피드백이 일어나는데 자동 번역 기능이 있어 누가 태국어로 올리면 한국말로 보여준다"면서 "티켓을 판매하고 공연 후기를 올리는 등 위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억명의 팬을 가진 미국 래퍼 사례도 들었다. 이 래퍼가 온라인으로만 공연해 210억원을 벌었는데, 온라인 광고도 안하고 이 정도를 벌어들였다. 대신 팬은 래퍼의 춤을 구매하거나 래퍼가 입은 옷을 구매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도 성공 사례로 꼽았다. 올 3월 상장한 로블록스는 개발자는 물론 이용자도 돈을 버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예전 ‘싸이월드’에서 돈을 주고 산 ‘도토리’로 아바타를 꾸몄듯이, 로블록스는 아바타 관련 아이템을 만들어 전 세계 이용자 2억 명에게 팔 수 있다. 김 교수는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 5천만개 월드가 만들어져 있다"며 "아이템이 팔리면 로블록스와 수익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해 유통하고 있는 서바이벌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도 성공 사례로 들었다.  2017년 7월 출시된 이 게임은 세계 사용자가 꾸준히 늘다 작년에 급증했다. 김 교수는 에픽게임즈가 "우리는 게임회사가 아니다"고 말한다면서 사용자가 4억명에 거의 육박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신인프라는 충분한가? AWS는 메타버스 SoC를 장악할까? 게임기업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배할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콘텐츠가 없으면 플랫폼은 빈 건물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게임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공개했다. 새로운 디바이스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사라질까?라는 질문에는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 디바이스와 공존 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오면 보통 소비자 수용도 분포가 이노베이터라 불리는 혁신가가 2.5%, 이어 초기 수용자(얼리어답터)가 13.5%, 또 보편화 단계인 초기 다수가 34%, 후기 다수가 34%를 차지한다. 마지막 단계의 후발 소비자층은 16% 정도다. 메타버스는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김 교수는 "코로나 이전에는 얼리어답터 단계였지만 지금은 초기 다수 단계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방송, 광고, 첨단기기, 생필품, 식음료 등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데 작년에 빙그레의 온라인 팔로어가 크게 증가한 것도 아바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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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를 활용해 경험을 분석하라고 강조한 그는 메타버스의 부작용도 지적했다. 현실도피, DPDR(Depersonalization, Derealization, Disorder), 신종 범죄 악용, 조세 포탈 등의 우려가 있다면서 "또 다른 세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연에 앞서 정진섭 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은 인사말에서 "1년전에는 메타버스가 뭔지 물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졌다"면서 "메타버스가 인터넷만큼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음 행사인 '제 6회 디지털 리더십 포럼 조찬강연'은 오는 9월 열린다.

정진섭 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이 1일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