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추가 지원금 30% 확대 정책 두고 갑론을박

이통사 "반대" 유통점 "장려금 차별부터 막아야" 소비자 "그것도 적어"

방송/통신입력 :2021/05/27 08:01    수정: 2021/05/27 08:26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이동통신사가 공시하는 지원금 외에 유통망에서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한도를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지원금 공시 유지 기간을 단축하는 고시 개정도 병행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보조금 규제에서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도입된 단말기 유통법이지만 이동통신 3사의 지원금 경쟁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단통법 제정 이후 통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줄었지만,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장비 구입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통사가 지원금 경쟁에 나서서 공시 지원금을 확대하고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방안 중 하나로 방통위는 추가 지원금 상한 규모를 높인 것이다.

이는 방통위가 시민단체, 학계, 이통사, 유통업계와 논의를 거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단통법 개선을 위한 여러 과제가 논의됐으나 단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첫째 과제로 꼽힌 게 지원금 경쟁을 위한 두가지 방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가입자 유치 비용 늘리기 싫은 이통사

추가 지원금 한도 인상을 두고 협의회 단계에서 입장은 엇갈렸다.

이동통신 3사는 단연코 반대 목소리를 냈다. 유통망에서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의 재원은 이통사가 대리점, 판매점에 지급하는 장려금 형태의 수수료에서 마련되는데 이통사로서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협의회 이후 추가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KT와 LG유플러스는 추가 지원금 인상에 대한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SK텔레콤은 현행 15%의 절반까지 더한 22.5%까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추가지원금의 상한을 두고 30%도 국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 눈에 밟히는 중소 유통점

추가 지원금 상한을 30%로 상향하는 것을 두고, 한상혁 위원장은 “이용자가 체감하기에는 인상 폭이 적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중소 유통점이 대규모 유통점에 대한 가격 경쟁력 저하 우려와 유통점 간 지급 여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비용을 아끼려는 이통사의 반대보다 유통망에 대한 고민이 컸다는 대목이다.

하이마트와 같은 대규모 양판점, 쿠팡과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본격적인 휴대폰 유통 시장에 뛰어들면서 단순 기기 판매 외에 서비스 가입과 수납 등의 업무를 함께 해온 중소 규모 대리점과 판매점들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 규모를 늘리면 지급 여력에 따라 대형 유통사업자 위주의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추가 지원금 상향 논의에서 가장 많이 고민된 부분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행 추가 지원금 15%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이통사의 정책 기조에서는 이용자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며 “자금력을 갖춘 대형유통의 경쟁격화로 중소유통망이 붕괴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유통협회 “채널 간 장려금 차별부터 막아달라”

유통협회 측은 30% 추가 지원금 상향과 함께 추가 법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실제 휴대폰 유통 현장에서 이용자 차별을 일으키는데 주된 이유로 꼽히는 채널 간 장려금 차별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회가 지목한 채널 간 장려금 차별은 이통 3사의 특수채널 마케팅을 뜻한다. 특정 대리점과 판매점에 장려금을 쏟아부어 단기적으로 단통법을 위반하며 가입자를 유치하고, 일반 대리점과 판매점은 법을 준수하면서 비싸게 파는 매장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에 채널 간 장려금 차별행위 근절 법안을 병행 입법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통 채널 간 장려금 차등이 이용자 차별을 유도하는 만큼 처벌 조항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협회는 또 이통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 상한선 가이드라인을 폐지해야 추가 지원금 상향이 목적에 맞게 시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방통위, 특정 유통점 장려금 집중 현상 해소 기대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사전브리핑 자리를 통해 “소위 성지라고 불리는 특정 유통점에서 과도한 장려금이 살포돼 불법지원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 지원금을 30%까지 올리면 (이통사가 특수채널에) 집중했던 장려금이 일반 유통점으로 나눠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통사가 일반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로 불법 지원금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10만원 남짓에 판매한다면 이통사가 특정 유통점에 막대한 장려금을 지급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는 식이다.

이에 따라 전체 마케팅 비용을 늘려놓으면 특수채널에만 쏠리는 현상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게 방통위의 판단이다.

추가 지원금 상향은 정부 입법을 통해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상황에 따라 법안 처리 논의 시점은 가늠키 어렵다. 다만 조금이라도 소비자 혜택을 높이는 법안을 두고 여야가 정쟁으로 끌고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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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추가 지원금 상향이 이뤄지면 중소 유통망에서 문제를 삼는 특수채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전망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불법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을 합법으로 끌어들이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법 지원금 문제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럼에도 제도의 틀을 벗어나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이용자 차별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강력히 단속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