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월 중 정부안 발표를 예고했고, 21대 국회에서도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다. 법 시행 6년여가 지나면서 그동안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대적인 제도 개선은 미진했다. 법의 효과도 일부 있었지만 한계를 나타낸 점도 짚어야 한다. 개선 논의가 분명히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여러 법 개정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내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보완하기로 나섰다. 지난해 수개월 간 논의를 거친 단말기유통구조개선협의회에서 다뤄진 내용 가운데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제외하고, 단기적인 개선 과제를 우선 제시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과 달리 정부안은 추가지원금 확대와 지원금 공시주기 축소가 주요 내용으로 구성됐다. 지난 10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과정을 마치면서 최종안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안의 특징은 추가지원금의 확대를 통해 이용자 편익을 늘린다는 방향이다. 단말 값을 할인해주는 지원금이 늘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통신비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둔 것이다.
아울러 통신사들의 경쟁을 다시 촉진시키겠다는 점도 정부가 구상하는 방향이다. 과거 이전투구식 마케팅 경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단통법이지만, 오히려 경쟁이 과도하게 둔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즉,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이끌어 이용자 혜택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마케팅 경쟁 상황을 확대하는데 통신사의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고 유통가에서는 대규모 유통사업자와 차등, 유통채널 간 차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 추가지원금 한도 15%에서 더 올린다
방통위가 준비하고 있는 정부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추가지원금 폭의 확대다. 법 4조5항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현행법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이동통신사가 공시한 지원금의 100분의 15 범위에서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출시된 갤럭시A42를 SK텔레콤에서 5G 슬림 요금제에 가입해 구입할 경우, 소비자는 기기 값으로 총 33만4천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SK텔레콤이 공시한 지원금은 10만원이고, 현재 법 개정 논의 항목인 추가 지원금 15% 범위인 1만5천원을 더해 기기 출고가 44만9천900원에서 11만5천원을 깎는 방식이다.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지급하는 15%의 추가지원금의 한도가 낮아 이를 더 늘려 소비자 이익으로 돌리겠다는 게 정부가 고려하는 방안이다. 특히 15%의 추가지원금 범위는 차별성이 없다는 그동안의 지적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로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예컨대 현행 15%의 한도를 30%로 조정할 경우 소비자는 갤럭시A42를 같은 조건에서 구입할 때 11만5천원에서 더 늘어난 13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게 된다.
통신사에서는 이 같은 개정 방향에 지난해 협의회 단계부터 반대 뜻을 유지하고 있다. 유통점에서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도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 등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고, 이를 통한 경쟁 과열을 우려하는 부분도 고려되기 때문이다.
일반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가에서는 일률적인 추가지원금 한도만 상향할 경우 부작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를테면 대규모 가전양판점이나 최근 쿠팡과 같은 플랫폼사업자가 추가지원금으로 소상공인 중심의 생태계는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통신사가 추가지원금을 통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줄일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추가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촉진이란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 지원금 공시기간 7일보다 짧게
지원금 공시 주기 단축 역시 통신사의 경쟁을 유도해 이용자의 이익을 늘려보자는 방안이다. 현행 지원금 공시 주기는 7일이다. 단통법 하위법령인 지원금공시세부기준 고시 4조 1항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현행 고시는 통신사가 지원금을 한 번 공시하면 최소 관련된 정보를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해야 한다. 5G 통신 상용화 당시 SK텔레콤이 갤럭시S10의 단말기 할인 지원금을 공시한지 이틀 만에 상향하면서 관련 법조항을 위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원금 규모를 수시로 바꾸면 하루 차이로 다른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공시주기를 법 조항에 담았지만, 반대로 일주일 동안 지원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논의도 나왔다.
실제 SK텔레콤은 당시 갤럭시S10에 최대 22만원의 지원금을 공시했다가 LG유플러스가 최대 47만원의 지원금을 공시하자 초기 5G 가입자 확보 경쟁 상황을 고려해 법 위반을 인지하면서도 마케팅 경쟁에 나서게 됐다.
현재 7일 단위의 공시 주기를 3~4일로 줄이겠다는 정부안의 방향 역시 이통사에 보다 지원금 경쟁에 나서라는 뜻이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고정된 지원금 규모를 두고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가 유통 채널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에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경쟁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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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공시주기 단축에도 우려는 있다. 이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가격정보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 이용자 차별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공시지원금 변경 폭을 일정 범위 안에 둬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공시주기를 줄여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있지만 일정 기간 이상 지원금 규모를 유지하는 점을 문제로 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의 경우 출시 당시 공시된 지원금이 차기작이 나오고 재고 소진 시점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없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지원금 경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점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