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술이 집으로 온다...'술담화' 창업 스토리

영화와 드라마를 정기결제하는 OTT(Over The Top) 위주의 ‘구독 서비스’ 범위가 꽃, 제철과일을 비롯해 전통주로까지 넓어졌다. 코로나19 이후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더욱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험의 부재를 구독서비스가 채워주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매일 먹는 것 말고 신선한 것을 체험해보고 싶은데, 어디 갈 수가 없으니 알아서 추천해주는 구독서비스를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찾아오는 인생술’이라는 문구를 내건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는 2018년 설립됐다. 술담화 ’담화박스’는 2천 개 종류 전통주 중 테마에 맞게 선별돼 페어링 안주, 큐레이션 카드와 함께 매달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소주 아니면 맥주’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은 전문가가 직접 추천해주는 술을 매달 추천 받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 담화박스 구독 수는 월 평균 9.5% 증가했고, 올해 3월 기준 재구독률은 82%에 이른다.

이재욱 술담화 대표는 대학 시절 외국에 거주하며 ‘한식 세계화’를 꿈꿨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통주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그는 2018년 8월 ‘담화컴퍼니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다음은 이재욱 술담화 대표와 일문일답.

Q. 어쩌다 취업이 아닌 창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를 다니며 한식을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우리술 대축체’에 참여했고, 처음으로 희석식 소주와 맥주를 제외한 한국 술을 마셔봤죠. 너무 맛있어서 놀라웠던 동시에, 한식 세계화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한국 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전통주는 2017년 7월부터 온라인 판매가 허가됐어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가 2017년 11월이었으니, 온라인 판매가 허가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죠. 박람회 참가 이후 온라인에서 전통주를 구매해봤는데, UI/UX(사용자 환경과 경험)가 너무 불편했고 큐레이션 역시 너무 부족해 구매를 포기했습니다. 반년 뒤, 시장이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을 보고 전통주 관련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Q. 전통주를 구독한다는 개념이 새롭습니다. 어쩌다 ‘구독서비스’ 모델을 선정했나요?

"사실 전통주 관련 서비스 출시는 오픈마켓 형태의 전자상거래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창업 초기 비용이 크고 정형화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저희가 큐레이션을 아무리 잘해도 사람들이 전통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선뜻 구매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담화박스’라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는 전통주 개별 단가보다 약 15%가량 더 저렴한 월 구독료 3만9천원으로 매월 2~4병의 전통주를 큐레이션 카드와 함께 받아보는 모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2천 종류가 넘는 전통주를 일일이 고를 필요가 없고, 직접 고를 때보다 더욱 저렴하게 술과 큐레이션 카드를 함께 받아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모델이라 생각했어요. 구독서비스는 전통주에 입문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Q. 담화박스는 무작위로 배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객의 취향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궁금합니다.

"내부적으로 시음회를 거쳐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선별해 소개합니다. 술의 품질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 정확하게 맛을 음미하고 평가하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죠. 취향은 개인별로 상이하기에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양질의 술을 소개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술이 될 술들만 추려서 소개하자’가 술담화 서비스의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