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LG전자가 지난 5일 스마트폰 사업에서 공식 철수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산업은 피쳐폰 시절부터 대한민국 모바일 산업의 한 축으로 수출 경제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반도체와 함께 국가 대표 브랜드로 한국 IT첨단 산업의 생태계를 이끈 성장 산업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 스마트폰 산업은 '쌍두마차'가 아닌 삼성전자, 홀로 끌게 됐다. 본지는 LG폰 사업 철수에 따른 향후 시장 후폭풍을 지속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LG전자 스마트폰이 2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되면서 국내 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스마트폰 제조사로 남게 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지형은 이제 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중국 업체 간의 경쟁 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 LG는 왜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나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시기가 언제냐는 문제일 뿐이었지,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사실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언제 손을 떼느냐는 그동안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결국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누적 영업적자 약 5조원을 기록한 LG전자가 먼저 손을 들었다. 지난 5년간 누적 매출 56조원짜리 큰 배가 멈춰선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전략팀 김태윤 팀장은 "LG 스마트폰 사업은 스마트폰이 IoT, 미래 사업 등과 연결될 때 중요해지는데, 이 사업을 철수하면 미래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 여태껏 끌고 왔던 것일 뿐이지 턴어라운드가 힘들다는 예측이 많았다"며 "중저가로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가져왔지만, 중국 샤오미 등 저가브랜드가 기술력을 확충하고 하이엔드까지 쫓아오면서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LG폰 사업 철수 배경을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은 자체 OS도 없고 칩셋도 없는 게 한계였다고 본다"며 "그렇다 보니 물건을 떼다가 조립해서 만드는 것밖에 안 되는데, 가성비로는 중국 폰을 이길 수 없고, LG라는 대기업 특성상 무리하게 프리미엄 전략을 따라가려다 보니 거기서 발생하는 경쟁력 저하와 대규모 적자의 악순환이 누적돼 결국 사업을 접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LG전자 내부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적자 구조 속에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하며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 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며 "이 같은 시장 상황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년 약 1조원을 까먹던 사업을 정리하고, 가전·TV 등 조금 더 잘하는 영역과 미래 사업인 로봇, 전장 사업 등에 집중하겠다는 게 LG전자의 선택과 집중이다.
■ LG폰 없는 한국 스마트폰 산업…삼성은 무사할까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약 2%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총 출하량은 2천470만대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봤을 때는 미미한 수준의 점유율이지만, 북미와 국내 시장에서는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만큼 현지 시장에서는 제조사별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주로 중국 스마트폰이 LG전자의 빈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주로 북미와 남미에서 판매량이 높았다. LG 스마트폰의 전 세계 판매량 중 약 60%가 북미에서 나오며, 약 20%가 남미에서 나온다. 북미에서의 점유율은 약 10%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3위였으며, 중남미에서는 삼성, 모토로라, 샤오미에 이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임수정 연구원은 "북미 시장에서는 LG와 유사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모토로라의 수혜가 있을 수 있으며, 삼성도 A시리즈로 중저가대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일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남미 시장에서는 샤오미, 오포와 같은 중국 브랜드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13%의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기준 연간 1700만대 수준이다. LG 스마트폰이 사라지게 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LG폰이 선택지에서 사라지게 되면 삼성폰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샤오미 등 중저가의 중국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있긴 하지만, 국내 사용자의 경우 브랜드 신뢰도가 낮은 중국 제품을 택하기보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LG폰 철수가 삼성전자에 던지는 시사점
LG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삼성전자는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 사이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 오포 등 중국 빅3 업체가 LG폰의 시장을 다수 잠식할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위태로운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 자리를 지키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1위지만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는 불과 2% 차이로 분기별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천400만대를 판매해 23.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애플은 2천300만대를 판매해 2위(22.2%)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샤오미(11.5%), 비보(10.6%), 오포(8.5%) 순이다.
LG전자가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에, 프리미엄 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에게는 밀린 것과 같이,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삼성폰이 중국 폰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있어 LG폰이 방어막 역할을 해 줬지만 이제 삼성과 중국 업체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태윤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전략팀 팀장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봤을 때 국내 업체인 LG와 한국이라는 타이틀로 같이 경쟁을 하다 이제는 애플하고 중국 여러 업체들 사이에 홀로 끼인 '넛 크래커(nut-cracker)' 처지가 됐다"며 "하이엔드 급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로열티라던지 서비스 시장과 연결된 부분을 아직 못 따라갔고, 밑에 있는 중국 업체는 가격과 기술력 부분에서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밑에서 올라오는 중국 업체를 견제해주던 LG가 사라졌기 때문에 삼성의 저가폰이 바로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외로운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삼성은 고급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포트폴리오가 다양한데, 저가 브랜드는 중국폰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지만 인도 등 신흥 시장 진입 위해서는 저가폰을 가져가야 하며, 하이엔드만 가져가기에는 애플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제조업 경쟁력을 가져가면서도 애플과 같이 연관된 서비스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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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전체 매출 중 서비스 부문 비중이 20%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157억6천만 달러(약 17조6천748억원)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IM사업부 전체 매출(22조3천400억원) 규모에 가깝다. 아이폰 판매를 뺀 서비스만으로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 전체 매출과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내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전무한 수준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되면 훨씬 더 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며 "삼성이 지금처럼 잘하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을 가져가면서도 이와 연관된 사업, 특히 향후 IoT나 AI랑 연결되는 사업을 찾아야 하는 게 핵심이 아닌가 싶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