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26년만에 휴대폰 사업 철수...5兆 적자 마침표

이사회서 7월 31일자 사업 종료 공식 발표…"핵심사업 역량 집중"

홈&모바일입력 :2021/04/05 11:21    수정: 2021/04/05 13:19

LG전자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 끝에 결국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 구조 속에 LG 모바일23분기 연속 영업적자 끝에 결국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 구조 속에 LG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매각설은 수차례 나온 바 있지만, LG전자는 지난 1월 롤러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롤러블 스마트폰 티징 영상을 공개한 지 열흘 만에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LG전자가 5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LG전자는 "그간 휴대폰 사업의 방향성을 높고 면밀하게 검토해왔는데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 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LG전자는 이 같은 시장 상황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발표는 LG전자가 지난 1월 20일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힌 지 두 달여만이다.

당시 LG전자 대표이사 권봉석 사장은 MC사업본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비즈니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윙. (사진=LG윙 공개행사 유튜브 영상 갈무리)

■ 2015년부터 누적 영업적자 5조원…7월 31일부로 휴대폰 사업 종료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무려 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부의 연간 매출은 5조2천억원, 손실액은 8천억원 수준이었다.

MC사업본부는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을 추진해왔다.

비용 절감을 위해 2019년에는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도 했으며, 제조자개발생산(ODM) 비중을 전체 물량의 70%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맡고 있던 BTD 사업실을 'ODM 사업담당'으로 격상했다.

또 지난해에는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V시리즈와 G시리즈를 모두 폐기하고, 시리즈 뒤에 붙었던 '씽큐'도 떼어내며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폭 개편했으며, 새로운 폼팩터를 추구하는 스마트폰 라인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새롭게 선보이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가로로 회전하는 'LG 윙'을 지난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선보였으며, 올해는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리는 'LG 롤러블'을 업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전략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적자 구조 개선 등의 어려움이 맞물리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 결국 철수 수순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 매각 추진했지만 실패…"5월 말까지 휴대폰 생산, 충분한 사후 서비스 지속"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통매각을 비롯해 일부 생산라인을 매각하는 부분 매각 등을 고려, 매각 인수자를 찾기 위해 베트남 빈 그룹, 폭스바겐, 구글 등과 접촉했지만 특허권, 지적재산권(IP) 등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사업을 먼저 접고 북남미 등에서의 해외 사업만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몸집을 줄이는 과정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LG전자는 결국 스마트폰 사업 전면 철수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더라도 LG 스마트폰 사용 고객 불편이 없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LG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한다. 사업종료에 따른 거래선과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LG 롤러블'이 나오는 장면.(사진=LG전자)

■ 3천700여명 MC사업본부 인력, 타 사업본부 및 계열사에 재배치

LG전자는 스마트폰 유지·보수 인력만 남기고 MC사업본부 인력을 모두 타 사업본부 또는 계열사로 재배치한다.

LG전자는 "해당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 발표 당시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총 인력은 전체 인력의 약 10%인 3천719명으로, 생활가전(H&A)사업본부와 전장(VS)사업본부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해당 인력은 최소한의 스마트폰 유지·보수 인력만 남긴 채 ▲H&A 사업본부 ▲VS 사업본부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부서 ▲LG에너지솔루션 ▲마그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으로 전환 재배치될 전망이다.

■ 핵심 모바일 기술 연구 개발 계속…사업 다각화 및 자동차 부품 등 미래 성장동력 강화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

특히 LG전자는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 시대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 LG전자는 질적 성장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의 빠른 확대로 사업의 기본 체질도 개선한다.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바 있다.

LG전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가전, TV 등 기존 사업은 고객 니즈와 미래 트렌드에 기반한 플랫폼, 서비스, 솔루션 방식의 사업으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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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고객 접점 플랫폼인 LG 씽큐 앱, 가전관리 서비스인 LG 케어솔루션,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집약해 고객에게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한다.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CIC(사내회사)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