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감지되면서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비업계의 요구대로 자동차 정비수가(정비요금)가 오르면 보험료 역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보험사 측 논리인데, 이를 놓고는 반론도 만만찮아 한바탕 설전이 예상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지난 25일 첫 회의를 열어 정비수가 산정을 둘러싼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몇 차례 더 논의를 거친 뒤 관련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시행된 개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구성된 조직이다.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공익대표 각 5명이 참여해 정비요금 등 안건을 협의한다.
올해의 핵심 쟁점은 정비업계가 2018년 이후 3년 만에 제시한 정비수가 인상 안이다. 업계는 앞서 국토해양부에 정비수가를 8.2% 올려달라고 건의했다. 정비수가는 보험 가입 차량을 정비업체가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를 뜻하는데,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을 반영해 정비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맞물려 보험업계도 자동차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수가가 오르면 대물보험금도 동반 상승하는 만큼 이를 보험료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올해 정비요금 8.2% 인상이 관철될 경우 보험사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5%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3년 전에도 비슷했다. 2018년 6월 국토부가 새로운 '적정 정비요금(시간당 공임)'을 공표하자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는 이를 반영해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총 세 차례 보험료를 인상한 바 있다.
이 때 국토부가 공표한 정비요금은 2010년 대비 연평균 2.9% 오른 2만5천383~3만4천385원(평균 2만8천981원)이었다. 당시 보험개발원은 이를 적용하면 정비비용이 약 20% 상승하며, 연간 보험금 지급액이 3천142억원 늘면서 2.9%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올해도 정비수가가 상승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려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중)이 높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은 약 3천8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갱신 때마다 많게는 200만원씩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보험료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비수가가 보험료 산정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통상 보험사가 적정 정비요금을 기준으로 정비업체와 계약을 맺는다고는 하나, 업체의 규모·인건비·설비·역량 등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적정 정비요금은 분쟁 시 활용되는 참고지표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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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되고 있는 만큼 보험사로서는 보험료를 인상할 명분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실제 2019년 90%를 웃돌던 상위 4개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84~85%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뜸해지면서 자동차 운행과 사고가 줄어든 영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사업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적정 손해율(78~80%)과 거리가 있어 보험료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아직 정비요금 인상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각 보험사가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