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업권 특성 무시" vs "소비자 하소연 길 생겨"

[이슈진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앞두고 파장

금융입력 :2021/03/17 14:09

손예술, 차재서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업계는 "이 법이 업권 특성을 무시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금융권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최소한으로 하소연할 길이 생겼다"며 금융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소법은 은행·보험·금융투자·여신전문업 등 업권 구분없이 '위법 계약에 대한 소비자 해지권'과 '손해 입증에 대한 금융사 책임 부과' 조항을 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발의된 법이며 10년 여 동안 계류되다 2020년 3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 "획일적 계약 해지권 조항, 소비자 후생 저하 우려"

금소법 제47조에는 위법 계약 해지권이 포함됐다. 금융사가 6대 판매 원칙(▲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 권유 행위 금지 ▲허위 과장 광고) 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금융소비자가 수수료 부담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금융상품과 업권과 차별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업법·보험업법·여신전문업법·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판매 원칙을 상이하게 규제했으나, 앞으론 금소법의 위법계약해지권 조항에 따라 업권별 판매 상황이나 금융상품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판매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원금 손실의 우려가 없는 예금도 판매 원칙을 지켜야 한다. 예금 가입 시 펀드 상품 가입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상품 설명서에 대해 일일이 서명받고 고객을 이해시켜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채널 가입이 활성화됐는데 고객의 이해 정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도 막막하다"고 운을 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서 판매하는 주가 지수 연계 신탁(ELT) 등도 가입 시 이해했다고 하지만 손실이 나면 은행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기 어려워져 결국 소비자 선택권이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권 중에서도 보험업권은 가장 난감하다. 위법 계약 해지권을 소비자가 행사할 경우 보험사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돌려줘야 할지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한 뒤 한 차례 보상을 받았는데 뒤늦게 위법 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악용 사례도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보험은 다른 금융 상품과 장기적인 성격이 강한데 위법 계약 해지권으로 보험 계약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업계는 손해 입증 책임을 금융사가 지도록 해 금융상품 설명의 획일화와 용이한 상품만 파는 보신주의 문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소비자 입장선 "하소연할 길 생겼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 투자 피해자들 집회 전경.(사진=지디넷코리아)

금융사의 사정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사에 하소연할 길이 생겼다고 반색하고 있다. DLF는 물론이고 라임 등 각종 사모펀드의 피해자들은 금융사와의 싸움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망연자실해왔다. 금융감독원이 분쟁 조정에 나섰으나 강제할 수 있는 조치는 아닌터러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를 장기적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금소법에 따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도록 위상이 강화돼 조정 기간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천만원 이하의 소액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 사건은 조정 절차가 개시된 이후 조정안을 제시받기 전까지 금융사가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적은 금액이라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금융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들도 금소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금융소비자 견해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의 고객 패널로 참여한 적이 있다던 서울시 서초구 나 모씨는 "문턱이 높았던 은행이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가 좋다고 보여진다"며 "금소법이 내부적으로 금융사에 잘 정착돼 투명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환경이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