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DB손보 부회장, '5연임' 눈앞…보험업계, 변화보다 안정

김용범, '장수 CEO' 등극…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도 현 체제 유지

금융입력 :2021/03/05 17:09    수정: 2021/03/07 08:48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등 주요 보험사 CEO가 양호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일제히 자리를 지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와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각 보험사도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김정남 부회장의 재선임을 비롯한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왼쪽부터)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이에 따라 2010년 DB손보 대표로 취임한 김정남 부회장은 오는 26일 주주 표결을 거쳐 다섯 번째 임기(3년)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최장수 CEO'로서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게 됐다.

그간 업계에선 김정남 부회장의 연임을 점쳤다. 그가 재임 중 회사의 성장을 견인해온 바 있어서다. 취임 당시 530만명 수준이던 DB손보의 가입자를 지난해 1천만명으로 늘리고, 매출을 6조원에서 13조7천억원으로, 총자산을 10조원에서 43조7천억원으로 각각 끌어올린 게 대표적이다. DB손보는 지난해에도 연결기준으로 5천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전년 대비 47.5% 성장했다. 이를 감안해 그룹 차원에서도 재신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도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취임 이후 성과주의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코로나19 국면 속에도 개별기준으로 전년 대비 59.8% 증가한 4천33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가장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처럼 보험업계 CEO가 대부분 연임을 앞둔 것은 그만큼 숙제가 쌓여있다는 의미다. 비대면 트렌드에 대응하고자 디지털 혁신에 힘써야 하는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도 임박해 그 어느 때보다 내부 사정에 해박한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덧붙여 CEO가 오랜 기간 재임하면 단기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계획을 수립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는 작년 회사가 사장 인사 없이 임원 인사를 먼저 발표하면서 일찌감치 연임을 확정지은 케이스다. 성과도 양호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5.9% 증가한 7천668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대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IT기업 텐센트와도 현지에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화재는 오는 19일 주총에서 최 대표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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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판분리라는 공통 현안을 짊어진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역시 각각 여승주 대표와 변재상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두 사람은 제판분리 과정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과 ESG경영,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며 CEO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생명은 4월 회사 내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분할한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전속 설계사 3천300여 명을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상품 개발과 판매 기능을 분리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선 보험사 CEO의 연임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진단하며 임기 만료를 앞둔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와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