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정책을 다시 보자

[연중기획] 코리아 ICT 정책 톺아보기①

컴퓨팅입력 :2021/02/26 14:18    수정: 2021/03/02 10:12

우리나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등장은 더 이상 꿈일까. 세계 ICT산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은 꾸준히 유니콘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탄탄한 자본까지 더해져 세계를 호령하는 공룡을 키워내고 있다. 

덕분에 세계 ICT 역사는 미국의 역사가 됐다. IBM을 거쳐 윈텔 듀오로 불리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컴퓨터 시대를 이끌었다. 이후 애플의 반란기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에 이르는 플랫폼 기업의 시대로 이어졌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 등에서 미국 기업에 버금간다. 인공지능(AI)은 이미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틱톡, 줌 등 중국계 기업이 미국과 전세계를 장악할 정도로 위협적이고 빠르게 퍼스트무버(First Mover) 주자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딩 기업과 비교하면 우리 기업의 위상은 다소 초라하다. ICT선진국이란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CT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정도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미국이나 중국 기업에 비해 한계가 분명하다.

이들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 그룹에 속한다는 점이나, 소프트웨어 혹은 플랫폼 기업이 아닌 하드웨어 기업이란 점,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유니콘 기업들과 비교하기 힘들다.

글로벌 ICT기업 강점은 SW 경쟁력   

무엇보다 그동안 세계를 주도해온 ICT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졌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웬만한 국가 전체의 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도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해 시장지배적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태생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곳은 아직 없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기업과 모바일 시대의 유니콘 기업은 엄밀히 말해 아직은 '골목대장'에 머물러 있다. 한때 세계서 가장 빠른 초고속 통신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에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ICT 유니콘 기업이 없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금껏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생산시장보다 소비시장으로 성장해온 것을 꼽는다. 혹자는 시장 규모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고, 교육·규제·시장·환경 등을 걸림돌로 지적한다. 사실상 모든 상황이 지금까지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에 다름 아니다.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이들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파워에서 나온다.

한발 더 들어가보면, 우리나라 ICT시장의 기원은 정부 수요다. 첫 단추가 미국의 IT제품을 수입하고, 온전히 활용하는 것이었다.

국내 개발은 하드웨어 중심이었고, 소프트웨어는 미국에 의존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기업이 등장했지만,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ICT시장은 중요한 시스템을 만들 때 기존 것과 일부 수정을 혼합하는 시스템통합(SI) 위주로 형성됐고, 인력도 SI 산업 중심으로 양성됐다.

수많은 병폐가 생겨났다. 건설업종의 풍토를 그대로 이식받은 우리나라 ICT업계는 제값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음은 물론 다단계 하도급 속에 기술도, 인력도, 경험도 축적하는데 실패했다. 기업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인재들은 의사·변호사를 선망하며 ICT기업을 외면했다.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핵심 소프트웨어 수요는 커지는 가운데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력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저멀리 앞서나가 이미 늦었다는 패배감도 만연한 상황이다.

SW산업 재조명, 정부 정책에서 시작해야 

모든 산업의 기반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기존 ICT산업뿐 아니라 제조, 화학, 의료, 유통, 물류, 에너지, 금융, 국방, 교육, 콘텐츠 등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 디지털로 산업의 중심을 재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소프트웨어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같은 현실을 감안, 본지는 정부의 ICT 정책을 집중 분석해 보는 '코리아 ICT 정책 톺아보기' 시리즈를 마련한다.

본지는 우선 이를 위해 지난 정책 가운데 20개의 주요 소프트웨어 정책을 선정, 각 정책의 시행 배경과 목표, 성과를 분석해 보고 과제와 대안을 모색한다.

본지가 꼽은 소프트웨어 정책 20선(選)은 다음과 같다.

■ 공정경쟁

1. 대기업 IT서비스 참여제한 제도

2. SW 분리발주 제도

3. SW 유지보수 책정 제도

4. 사업 내용 변경 따른 보상

5. 제값주기

6. 굿소프트웨어 인증 제도

■ 인력양성

7. ITRC

8. AI 전문대학원 신설 지원

9. SW 교육과정 의무화 제도

10. SW 대학 신설 지원 제도

11. SW 인력고도화 프로그램

12.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 시장진흥

13. SW 창업보육센터

14. SW 진흥구역 지정 제도

15. SW 국장 신설

16. 클라우드 진흥법

17. 창조경제혁신센터

18. 소프트웨어 선단형 수출 지원 제도

■ 정책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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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ICU 설립

20. 소프트웨어진흥원 통폐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