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해 성장률 전망 3.0% 유지…소비 회복이 관건"

"수출·설비투자 늘었지만, 민간소비 회복 더뎌"

금융입력 :2021/02/25 14:21    수정: 2021/02/26 11: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부와 백신 접종 추이가 앞으로의 경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경제의 회복 강도는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경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

연 0.5% 기준금리 동결…"거리두기 장기화에 민간소비 부진"

25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만장일치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수출 호조 등으로 국내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백신 접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p 내린 바 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됐지만 나라별 이동제한 조치가 지속되면서 더딘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은 재정지출 기대감에 소비가 상당폭 증가하는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유로 지역은 이동제한 조치 확대·연장으로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도 전체적으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가지만 부문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IT·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민간소비는 부진한 실정"이라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3.0%…소비자물가는 소폭 오를 듯"

이에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를, 내년엔 2.5%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와 동일하다.

또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3%로 기존 1.0%에서 0.3%p 높였다. 기상악화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식료품 가격이 높아진 데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이주열 총재는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반등했고, 주요국의 백신 보급과 재정부양책 등으로 글로벌 여건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한국엔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됐고, 이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의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우리경제의 회복 강도는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추경의 경우 지출 내역이 확정되지 않아 전망치에 반연하지 않았다"며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성장 전망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동시에 이주열 총재는 1%대 물가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국면이 계속되는 만큼 지속성을 띨지는 판단해봐야 한다는 이유다.

이주열 총재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공급 애로, 완화적 통화 정책 등 영향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도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나 코로나19 전개 상황이 불투명하고, 품목별 공급 애로도 향방을 가늠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물론 그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억눌린 소비가 살아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단기 금리차 높은 수준…시장 상황 예의주시"

이와 함께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의 장·단기 금리 차이가 커지는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수급 우려가 더해지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미국 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부양책을 추진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크게 오른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지금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나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하면 최근의 차이는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취약차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커지고 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 발행, 신중히 접근해야"

이밖에 이주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과 관련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빨리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의견에 동의한다"며 "한국은행도 CBDC 발행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며, 기술적 문제 못지않게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BDC 도입 시 한국은행 법 외에 많은 법안을 보완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준비하는 것을 놓고는 "중국이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는 데 앞서나가고 있다"면서도 "기술적 검증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전면 도입까지는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이동제한조치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더딘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백신 접종 확대와 미국 신정부의 재정부양책 추진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주요국 주가와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각국 정책대응, 파급효과 등에 영향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지속했다.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 등으로 부진이 이어졌으나, 수출이 IT 부문을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유지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계속 부진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회복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년 중 GDP성장률은 지난 11월에 전망한대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가격 오름세 확대에도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0%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도 0%대 중반을 유지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 내외 수준으로 높아졌다.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 점진적인 경기개선 등 영향으로 지난 11월 전망치(1.0%)를 상회하는 1%대 초중반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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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 받아 장기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주가는 경기회복 기대와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감이 함께 영향을 미치면서 상당폭 등락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상황,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에 유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