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IT기업들이 급구하는 ‘찐’ 개발자 덕목 세 가지

[백기자의 e知톡] 주인의식 갖고 도전하고 혁신해야...협업과 존중은 기본

인터넷입력 :2021/02/17 10:34    수정: 2021/02/17 10:38

“공개채용 합격자들에게 최소 5천만원 입사 축하금 지급.”(쿠팡)

“개발직군 신입 첫 연봉 4천200만원서 5천만원으로 19% 인상...성과금 별도.”(넥슨)

“개발 직군 신입 초봉 연봉 5천만원...추천인과 합격자에게 각 250만원 제공.”(버즈니)

요즘 잘 나가는 혹은 잘 나가고 싶은 IT 기업들이 얼마나 좋은 개발자를 ‘모셔가고’ 싶은지 느껴지시나요?

기자는 지난 몇 년간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11번가, 마켓컬리(컬리), 라인, 보맵 등 이름 난 IT 기업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을 만나 그들이 찾는 개발 인재상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좋은 배우자를 찾으려는 청춘남녀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회사 또는 개발조직이 가진 강점을 ‘거침없이’ 어필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끝에는 “좋은 개발자를 찾기 너무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국내 대기업을, 국내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을 원망하며 괜찮은 인재들이 우리 회사는 상대적으로 잘 오려 하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개발자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그럼에도 성장 가능성 높은 국내 IT 기업에 들어가 개발 역량을 키우고, 좋은 팀에서 협업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픈 개발자들이 사실 많지 않을까요. 모두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그 이름만으로도 빛이 나는 회사에 들어가 화려한 경력을 쌓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실상은 이력서에 한줄 추가하는 정도일 뿐 개인 성장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 만나고 취재했던 이름난 국내 IT 기업들이 찾는 개발 인재상의 공통점을 찾아보고 정리하는 것으로 이미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거나, 개발자의 꿈을 키워가는 이들에게 뻔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찐’ 정보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잘 다룰 줄 아는 언어 하나면 돼...숙련자 아닌 전문가 돼야”

각 기업이 사용하는 개발 언어들은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대부분 자바나 파이썬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데, 요기요 같은 경우는 높은 자유도를 지닌 파이썬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자바 언어가 더 오래됐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순 있지만, 파이썬은 코딩을 하면 제품이나 서비스에 바로 반영돼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 개선할 수 있다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바든 파이썬이든 어떤 언어라도 하나를 확실히 다룰 줄 안다면 일하는 데 사실 큰 지장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이미 하나의 언어를 마스터했다는 건, 다른 언어 또한 얼마든지 금세 익힐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는 것이죠. 풀어 말하면 좋은 개발자는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의 숙련자가 아니라, 전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도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이들은 협업과 존중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강조합니다.

프로그래밍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이런 맥락에서 11번가 백명석 포털개발그룹장과, 보맵의 김응주 CTO 말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숙련가와 전문가는 달라요. 전문가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점점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보통 3년마다 이직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15년 경력을 쌓은 사람은 3년의 경험만 계속 반복한 숙련자인 거죠.” (11번가 백명석 포털개발그룹장)

“100가지 코딩 스킬을 지닌 슈퍼 개발자보다,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개발자가 훨씬 중요하죠. 서버 개발은 자바가 기본이고 안드로이드는 코틀린, iOS는 스위프트 언어를 사용하지만, 다른 언어를 잘 사용한 경험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보맵 김응주 CTO)

“문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서 푸는 것”

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개발자의 또 다른 덕목은 한마디로 ‘주인 의식’입니다. “내 회사도 아닌데 회사가 무슨 주인 타령이냐”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어떤 회사에서도 “던져주는 과제만 문제없이 잘 풀어내는 개발자를 찾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토스는 개발 인재상에 대해 “솔직하고 능동적인 사람. 내부적으로 거침없이 토론하고, 또 승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상대에 대한 존경과 경청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인의 박의빈 CTO는 “개발자의 제일 중요한 덕목은 주인의식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개발자는 필요 없다. 본인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체성, 내 프로젝트라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이런 주체성을 갖는 개발자들은 결과가 확실히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주인의식 자료사진(제송=이미지투데이)

주인의식은 내 일은 내가 찾아서 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주인으로서 애정이 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일할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을 실제 자주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면서, 부족한 지식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커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마켓컬리 임상석 개발총괄리더는 “컬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매력적으로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회사 서비스를 좋아하고 충성도가 클 경우 성과가 높기 때문이다. 커머스와 물류 개발 경험이 있으면 더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보험 비교 서비스를 하는 보맵의 경우는 개발자들도 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밑바탕 되는 것이 더 좋은 개발을 이끈다는 생각입니다. 김응주 CTO는 “당장은 보험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사내 정기 세미나를 통해 보험에 대한 전문 지식을 익힐 수 있는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인재를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아낌없이 다 지원해줄게...대신 서로 존중하고 도전하고 혁신을 주저하지 마”

개발 부문 수장들이 또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강점이 개발 조직의 수평적 문화입니다. 상명하복 방식의 업무가 아닌, 모든 개발자들이 동등한 조건과 권한을 갖고 개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합니다. 경력이 짧은 개발자도 서비스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고, 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경험이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PC나 노트북과 같은 개인 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출퇴근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쿠팡과 같은 곳은 개발 조직을 위한 업무공간을 판교에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입이더라도 업계 최고 수준의 파격적인 높은 연봉 테이블을 제시하는가 하면, 경력자 합격 시 추천한 사람과 당사자에게 높은 보상액을 지급하기도 하죠. 그 만큼 많은 IT 기업들이 안성맞춤 개발 인재를 절실히 ‘급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경력자의 경우 이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을 기준으로 새로운 연봉이 책정되기 때문에 가령 1억 받던 사람이 갑자기 2억을 받는 경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협업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이런 개발자 중심의 사내문화와 아낌없는 지원, 또 타부서 대비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대신 개발수장들이 이들에게 바라는 건 한마디로 ‘열정’과 ‘혁신’, 그리고 ‘협업’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를 풀려는 열정과 배움의 자세를 특히 강조합니다. 아울러 기존의 서비스를 혁신하고 사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도 중시합니다. 끝으로 팀 간 팀원 간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그러나 ‘살벌한’ 코드 리뷰 등을 통해 성장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에 대한 개발 책임자들의 멘트를 정리로 핫한 IT 기업들이 생각하는 개발자 덕목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기업별로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차이점도 느껴지시나요?

“큰 물에서 모든 것들이 정해진 상태에서 일하고 싶은 개발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가는 게 좋겠지만, 판에 박히지 않은 플랫폼이나 서비스 프로젝트를 밑바닥에서부터 들여다보고 싶은 개발자는 라인이 맞을 거다. 기본을 확실히 알고 넘어가려는 자세도 중요하다. 서로 솔직한 코드리뷰를 함으로써 장애에 대해 회의하고,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서로 믿고 존중하는 팀워크도 중요하다.”(라인 박의빈 CTO)

“20년 전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언제나 배움을 갈구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고 말할 것이다. 개발자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혁신이 일어나고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쿠팡 투안 팸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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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문화를 수평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 때 그 때 빨리 개발하고, 방향성을 확인한 뒤 서비스 가부를 바로 결정하는 개발 문화를 갖고 있다. 개발팀과 기획팀이 협력하는 문화도 있고, 기획부터 적용까지 팀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직이어서 더 원활히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요기요 조현준 CTO)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제공해 준다. 새로 들어온 인력들이 많아서 개발 문화는 정립해 나가는 과정인데, 우리의 모토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다.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면서 서로 코드리뷰도 하고, 다양한 개발 방법론들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다.”(마켓컬리 임상석 기술총괄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