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개발자를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열고 그동안 쌓아놓은 기술과 경험을 공유했다. Reveal(리빌, 드러내다)라는 이름으로 11일 열린 첫 컨퍼런스는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엔 사전 참가 신청자만 5천명이 몰리는 등 이커머스 업계에 또다른 반향을 일으켰다.
쿠팡은 개발자 행사를 열어 뭘 드러내고 싶었을까? 행사 시작부터 전준희 로켓배송 개발총괄 부사장은 쿠팡의 미션인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위해 강박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준희 부사장은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이스트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후 미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구글, 우버 등을 거친 컴퓨터 사이언스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다. 올해 7월에 쿠팡에 합류해 엔지니어링 팀을 이끌고 있다. 전준희 부사장 합류는 쿠팡이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 부사장은 "오늘 쿠팡의 기술 커뮤니티와 기술 인프라, 경험과 쿠팡의 문화와 원칙에 대해서도 공유하고자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개발자들이 의미 있는 통찰력을 얻고,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식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팸 CTO는 세션 시작에 앞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전준희 로켓배송 개발 총괄 부사장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쿠팡 개발 조직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및 학사 학위를 받고 1991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약 30년간 일하며 우버, 핀터레스트 등 유수의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팸 CTO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직급에서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력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개발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년 전의 자신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언제나 배움을 갈구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고 말할 것”이라며 “개발자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혁신이 일어나고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가 끝나자 팸 CTO가 직접 실시간 Q&A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쿠팡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비결, 서비스 도입 여부를 결정할 때 A/B 테스트를 중시하는 쿠팡 특유의 개발 문화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후 진행된 첫 세션부터 오후 6시 30분에 끝난 마지막 아홉번째 세션까지 발표 종료 후 행사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행사였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 쿠팡의 개발 역량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화면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토크 콘서트에 이어 열린 본 세션은 총 9개로 구성됐다. 한국과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오피스에서 일하는 쿠팡 개발자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미국 아마존 본사에서 8년간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구축 업무를 했고, 2015년부터 쿠팡 SCM 자동화 팀을 이끌어온 팀 슈엔할(Tim Schoenharl) 시니어 디렉터가 머신러닝을 이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슈엔할 디렉터는 “수요 예측 과정에서 감안해야 하는 모든 변수를 인간이 계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머신러닝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 때 엔지니어들은 플랫폼 과제에 집중하고, 데이터 과학자들은 피처 엔지니어링과 모델 빌딩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엔드 엔지니어인 정현엽 시니어 매니저는 쿠팡이 개발한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해 물류센터에서 작업 효율을 높인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쿠팡은 물류창고 내의 실시간 공간 정보를 바탕으로 진열작업자가 최단거리에 진열가능한 위치로 안내하는 동선 최적화 알고리즘을 이용한다”며 “이를 통해 작업효율을 이전 대비 235%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팡의 신선식품 재고 관리 비법도 소개됐다. 우 종한(Wu Zonghan) 시니어 백엔드 엔지니어는 “쿠팡은 매일 신선식품의 스크랩 분석과 처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폐기 위험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재고 관리 프로세스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신선식품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툴은 폐기 발생을 예측해 할인 등의 조치를 통해 사전에 폐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재고 관리에 딥러닝의 일종인 딥뉴럴네트워크(DNN)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이미지 분석 등에 많이 쓰이는 콘볼루셔널뉴럴네트워크(CNN)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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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쿠팡은 리빌이 국내외 개발자 커뮤니티를 위한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준희 로켓배송 개발 총괄 부사장은 “개발자들이 이번 컨퍼런스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여줘서 깜짝 놀랐다”며 “전 세계 개발자들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익한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