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애플은 왜 자꾸 싸울까

'개인정보' 원하는 페북 vs '플랫폼 지위' 유지하려는 애플

인터넷입력 :2021/02/05 17:59    수정: 2021/02/08 15:4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과 애플이 심상치 않다. iOS14에 새롭게 도입된 개인정보 추적 차단 기능 때문이다. 이 조치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은 당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 달 페이스북의 분기 실적 발표 때 애플의 정책 변화는 큰 이슈가 됐다. 데이빗 웨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부터 (iOS14 정책 변화로 인한) 충격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한 발 더 나갔다. 저커버그는 자사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과 비교하면서 애플 아이클라우드를 저격했다. 아이클라우드가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ed)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iOS14의 개인정보 추적 기능을 제한한 애플이 정작 자신들의 서비스에선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이다.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팀 쿡.

실제로 애플은 지난 해 아이메시지에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하려다가 포기한 적 있다. 연방수사국(FBI) 등의 항의 때문이었다. 종단간 암호화 처리된 메시지는 송신자와 수신자 외엔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정부 기관이나 애플은 원할 경우 언제나 사용자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저커버그는 주장했다.

iOS14 개인정보 추적 '옵트인'이 발단 

두 회사 공방의 발단은 iOS14에 적용된 개인정보 추적 제한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 동안 ‘옵트아웃’ 방식으로 돼 있던 개인정보 수집 동의 절차를 ‘옵트인’으로 바꾸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옵트아웃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옵트인’은 이용자가 동의한다고 의사 표시한 이용자에 한해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두 회사간 공방만 놓고 보면 페이스북에 크게 명분이 없다. iOS14에 적용된 정책은 자기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주권을 보장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두 가지 다른 명분을 들고 나왔다.

첫째. 중소 사업자 피해

둘째. 애플의 플랫폼 횡포

페이스북은 지난 해 12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고 애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광고에서 페이스북은 “전 세계 중소 사업자를 위해 애플과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씨넷

그런데 페이스북의 이런 공세는 잘 먹혀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정말로 중소 사업자 때문에 애플과 싸운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이스북 역시 자사 플랫폼 내에서 중소 사업자들을 그다지 배려하는 편도 못된다.

페이스북의 공세에 애플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페이스북과 싸우겠다”고 맞선 것은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한 조치다.

팀 쿡의 대응도 흥미롭다. 쿡은 “페이스북은 예전처럼 이용자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받아쳤다. ‘이용자 동의’를 받은 뒤 하던대로 하면 되는 데 뭘 그리 호들갑이냐는 것이다.

페이스북에겐 심각한 사안이지만, 대의 명분만 놓고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두 '지독한' 거대 기업 간의 법정공방, 현실화될까 

그래서 페이스북도 iOS14를 플랫폼 사업자 애플의 횡포란 프레임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앱스토어란 거대 플랫폼을 갖고 있는 애플이 자신들 입맛대로 칼날을 휘둘러 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 중 하나로 꼽고 있는 게 아이메시지다.

페이스북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아이메시지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첫째. 아이폰 기본 탑재 문제.

아이폰을 사면 아이메시지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보기엔 아이메시지가 메신저 서비스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건 아니다. 단지 애플이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게재한 전면 광고.

페이스북의 이런 주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러 끼워팔기에 대한 비판을 연상케 한다.

사실 이런 비판은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 있다. 애플 뿐 아니라 구글도 안드로이드에 자사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지난 해 자사 메신저 서비스를 아이폰에 기본 탑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

저커버그가 분기 실적 발표 때 지적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iOS14의 개인정보 추적 기능을 옵트인으로 바꾼 애플이 정작 자신들의 서비스에선 개인 정보 보호에 그다지 철저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부에선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 에픽게임즈와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개인정보 추적 문제에서 시작된 두 회사 공방이 ‘플랫폼 독점’ 이슈로 확대될 수도 있다.

과연 페이스북은 애플을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게 될까? 둘이 싸울 경우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많다.

미국 민주당의 거대 IT기업 견제도 변수 

그동안의 반독점 소송은 절대강자와 상대적 약자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애플의 소송은 두 절대강자의 맞대결이다. 게다가 두 기업 모두 ‘약점’이 너무 많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관리’ 때문에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애플의 개인정보 추적을 문제 삼기엔 약점이 너무 많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미국 하원이 보고서를 통해 ‘앱스토어 독점’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는 에픽게임즈로부터 앱스토어 독점 횡포 때문에 소송까지 당했다. 페이스북까지 가세할 경우엔 상당히 곤란해질 수도 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거대 IT 기업의 시장 독점적 관행을 고치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점도 두 회사 모두에겐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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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도 없다. ‘방대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한 ‘맞춤형 광고’는 페이스북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외부의 시선을 무시하고 애플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 공방을 벌이는 건 다른 문제다. 과연 페이스북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소송전까지 벌일까? 2021년 미국 IT 시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