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 휘말릴 경우에도 서로 협력하고 돕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 주를 비롯한 10개 주 검찰들이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두 회사가 정부의 반독점 조사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공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사실을 담은 소장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10개 주 검찰은 지난 16일 광고 기술 시장 경쟁을 말살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구글을 제소했다. 이들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라고 적시해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장을 단독 입수해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로 적시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냈다.
구글, 페이스북과의 계약 '제다이 블루'라고 불러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2018년 9월 특별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이 특별 대우를 받는 대신 구글과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게 계약 골자였다.
그 무렵 페이스북은 “헤더 입찰(header bidding)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헤더입찰이란 광고 퍼블리셔가 ‘공정하고 개방된 방식으로’ 광고 인벤토리에 대해 경매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그러자 구글이 페이스북에 특별 대우를 약속하는 제안을 하게 된다. 구글이 운영하는 GDN(Google Display Network)을 계속 이용할 경우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계약을 체결한 이후 페이스북은 ‘헤더 입찰’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당시 구글은 페이스북과의 계약을 ‘제다이 블루’라고 불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제다이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캐릭터다.
문제는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이런 계약이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두 회사 계약 문건에는 “어떠한 형태의 반독점 조사에서 서로 협력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이번 합의와 관련해 정부와 대화를 할 경우엔 상대방에게 즉시 통보한다”는 조항도 있다.
두 회사 합의 문건에는 ‘반독점’이란 단어가 20회 이상 거론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구글 "광고경매 조작한 적 없다"…페이스북 "경쟁 해쳤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
두 회사 합의에 페이스북 최고위층이 적극 개입한 사실도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이스북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구글과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 이후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다른 임원들에게 “이건 전략적으로 굉장한 계약이다”고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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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구글 측은 “반독점 위협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 합의하는 것은 굉장히 일반적인 일이다”고 해명했다. 구글은 또 “소송을 제기한 주들의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광고 경매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역시 “경쟁을 해쳤다거나, 페이스북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등의 모든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