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650원→2천500원"…실적 선방에도 배당 줄인 삼성생명

"일회성 요인 감안하면 작년과 비슷…중장기적으로 배당 늘릴 것"

금융입력 :2021/02/01 17: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삼성생명이 주당 2천5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하자 배경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배당을 늘릴 것이란 앞선 기대와 달리 그 규모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9일 2020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천5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율은 3.1%, 배당금총액은 약 4천489억원이며, 배당 성향은 35.5%다.

이는 주당 2천650원으로 책정했던 2019년의 결산배당보다 5% 가량 줄어든 규모다. 당시 배당금총액은 이번보다 270억원 많은 약 4천759억원이었고, 배당성향도 37%로 1.5%p 높았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시장에선 삼성생명의 행보에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30.3% 늘어난 1조3천705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올렸고,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으로 약 1조원을 확보하는 만큼 배당을 늘릴 것으로 점친 바 있어서다. 덧붙여 삼성생명이 11조원에 육박하는 삼성그룹 오너가(家)의 상속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배당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삼성생명 역시 배당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유호석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작년보다 높은 성향으로 배당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회사의 이익과 체력, 자본건전성을 감안해 배당성향을 정상이익의 30~50% 수준에서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수립했고, 그에 맞춰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유호석 CFO는 "늘어난 배당수익이 배당 재원에 포함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에 따른 수익을 배당 재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주당 1천578원의 특별배당을 발표하면서 지분율8.51%에 해당하는 배당금 9천818억원을 1분기 배당수익으로 받는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이 배당을 줄인 것은 회사 안팎의 여건을 반영한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의 경우 배당 재원을 늘릴 만한 이벤트가 없었던 게 첫 번째다. 실제 삼성생명이 지난 2년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의 지분 매각 이익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지분 2천298만주(약 1조1791억원)를 처분하면서 약 7천515억원의 이익을 봤고, 이를 배당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일각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배당 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해달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현안으로 업계가 장기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배당금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요인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앞서 예고한 대로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상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생명이 차츰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오너가의 상속세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삼성전자로부터 받을 특별배당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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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특별배당소득은 일회성이나, 6년에 걸쳐 회사의 DPS(주당배당금)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상속세는 허가일로부터 5년에 걸쳐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고일을 포함해 총 6년에 걸쳐 상속세 납부가 이뤄질 것이고, 삼성생명의 특별배당수입도 같은 기간에 걸쳐 배당금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6년에 걸쳐 주당 배당금 600원이 추가로 반영될 전망”이라며 “이를 반영한 삼성생명의 2021년 DPS는 3천원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