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가 소비자와의 즉시연금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면서 3월 판결을 앞둔 삼성생명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 회사의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만큼 같은 결과를 받아든다면 경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재판부는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동양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동양생명 측엔 소비자에게 미지급금을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판결은 즉시연금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한 두 번째 사례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미래에셋생명과 관련한 재판에서도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미래에셋생명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동양생명은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즉시연금은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하면서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뜻한다.
그 중 문제가 된 것은 만기에 원금의 상당액을 돌려받도록 구성된 만기환급형 상품이다. 2017년 한 가입자의 민원으로 보험사가 매달 연금에서 사업비 등을 차감한 뒤 나머지 금액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소비자는 보험사가 약관에 명시하거나, 알리지 않고 지급 재원을 공제해 연금 월액을 산정했다면서 공제한 부분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는 '보험료·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 등 상품 기초서류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양생명 소송에서 재판부는 보험사가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약관에 그 내용이 기재돼있지 않았으며, 소비자가 기초서류에 포함된 복잡한 수식까지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판결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KB생명 등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 관심이 쏠리는 쪽은 단연 삼성생명이다. 미지급금 규모가 업계에서 가장 많은 약 4천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2018년 당시 금융감독원이 최대 1조원으로 추산한 전체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삼성생명과 관련해선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2건에 대한 판결이 곧 내려질 전망이다.
이에 삼성생명 측은 판결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패소 시 상당한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데다, 기업 이미지 악화로 영업 현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물론 삼성생명은 NH농협생명이 즉시연금 소송에서 승소한 전례가 있어, 재판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생명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승소하는 등 하급심에서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판결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미지급금 규모는 그간 알려진 것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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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삼성생명의 상품 약관이 동양생명 측과 유사해, 이들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 건에서도 당연히 원고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늦었지만 생보사는 지금이라도 미지급연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