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작업이 난항에 빠졌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근로자들이 자회사로의 이동에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특히 이들은 사측이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 노사는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판매 전문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막판 협상에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생명 노조가 원하는 것은 고용안정에 대한 사측의 약속이다. 세부적으로 사측이 5년간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확약하는 한편,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도 늦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25년까지 조합원 4천여명 중 약 1천명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생명 노조는 일단 약속한 26일까지 협상을 진행한 후 결과에 따라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잠정합의안을 도출한다면 28일 이를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같은 날부터 총파업에 나선다. 노조는 이미 지난해 12월 쟁의권을 확보한 뒤 이달 4일 경고파업을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 5일부터 3주간의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미래에셋생명 노조도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중지' 판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추후 사측과의 협상 내용에 따라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 노조 역시 회사의 제판분리 전략에 반대하며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현 직장에서 퇴사하고 자회사로 옮겨가는 형태라 직원의 거부감이 크다는 게 노조 측 전언이다.
두 생명보험사 노조의 이 같은 행보는 영업조직을 떼어내면 뒤따를 수 있는 구조조정 우려에서 비롯됐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임시 이사회에서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분할해 판매 전문회사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미래에셋생명도 3월까지 전속 설계사 3천300여 명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고 인력 유출을 막아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GA의 경우 전략에 따라 생명보험부터 손해보험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어 소비자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두 회사는 임직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며 인위적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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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사측이 영업 인력을 자회사로 옮긴 뒤 조직 슬림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이 진단이다. 동시에 상품 제조와 판매 기능이 분리되면 소비자 민원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판매 전문 자회사로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생명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제판분리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제시했지만, 현업의 담당자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한 내용이 많아 진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앞서 예고한 대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