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상품의 제조와 판매 기능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판매조직을 자회사로 떼어내 영업력을 높이고 본사는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에 집중한다는 복안인데, 업계 내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8일 임시 이사회에서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분할해 판매 전문회사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2021년 4월 문을 여는 '한화생명 금융서비스'는 약 540개 영업기관과 1천400여 명의 임직원, 설계사 2만명 등을 보유한 초대형 판매 전문회사로 꾸려진다. 한화생명은 업계 최대 규모의 판매 전문회사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시장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생명도 이달 1일 제판분리를 공식화했다. 내년 3월까지 전속 설계사 3천300여 명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상품 유통구조를 재편한다. 특히 보험전문가 하만덕 부회장이 대표를 맡아 이 작업을 진두지휘 하기로 했다. 모바일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자본 확충과 유가증권시장 상장까지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보험사가 시그널을 보내면서, 현대해상과 농협생명, 하나손해보험 등 비슷한 방안을 고민하는 회사도 서둘러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지주 소속 보험사 중 처음으로 자회사형 GA(리더스금융판매)를 꾸린 신한생명은 대형 GA 리더스금융판매의 일부 조직을 인수함으로써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일차적으로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고 인력 유출을 막아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GA는 전략에 따라 생명보험부터 손해보험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때문에 현장의 설계사도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제시할 수 있고 높은 수당까지 보장하는 GA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선 이미 GA와 IFA(독립투자자문업자)로 보험영업의 축이 옮겨가는 추세다. 독립채널의 비중은 미국의 경우 53%, 영국은 71%에 이른다.
덧붙여 각 보험사로서는 영업 조직을 분리함으로써 규제 부담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화'를 목표로 특수직 종사자로 분류되는 설계사의 고용보험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는 약 42만명의 설계사가 고용보험 의무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과 설계사가 노동조합을 구성해 회사에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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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근로자의 반발은 과제다. 뜻하지 않게 다른 회사로 옮겨가게 된 직원들이 부당한 결정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화생명 노조는 영업조직 분할 결정엔 구조조정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영업조직 조합원이 자회사로의 강요된 이동을 거부할 권리를 지녔다며 전면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한화생명은 물론 미래에셋생명도 자회사 분리에 따른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으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해명했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