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올라타는 보안…유지보수 대가 문제도 풀릴까

매출 안정화 가능성에 사업 모델 전환 노력 이어져

컴퓨팅입력 :2021/01/22 08:16    수정: 2021/01/22 09:26

보안업계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업계가 꾸준히 해결을 촉구해온 유지보수 대가 산정 문제의 존재감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 업체들은 클라우드 특성상 사업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월별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클라우드 사업 모델은 매출을 예상하기 쉽고,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이뤄지는 투자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도 용이하다.

기존 온프레미스 사업 모델에선 이런 부분이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수시로 변화하는 사이버 위협 트렌드에 따른 업데이트·정책 관리·위험 분석 보고 등 '보안성 지속서비스' 대가(유지보수 대가) 문제가 컸다. 국내에선 글로벌 평균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이 책정돼 사업 이익을 내기 쉽지 않고, 이는 결국 보안 회사의 투자 저하를 초래해 산업 경쟁력 하락 및 우수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는 게 지난 수십 년간 제기된 지적이었다.

(출처=픽사베이)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뤄졌음에도 장기간 해결이 요원했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낮은 예산 책정 및 관행 상의 무상제공, 업계 내 출혈 경쟁 등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와 보안업계가 점진적으로 유지보수 대가 합리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현 시점에 이르러서도 업계 최대 숙원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업계가 과금 방식이 유리한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차선책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안랩, 지니언스, 펜타시큐리티, 소만사 등 국내 업체들은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pixabay)

안랩은 지난 5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클라우드 중심 사업 강화를 선언했다. 이에 기존 태스크포스(TF) 형태였던 클라우드 부서를 정식 부서로 편성하고, 연구소에는 '클라우드개발실'을, 서비스사업부문에는 '클라우드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펜타시큐리티도 최근 연구소와 사업부에 클라우드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작년까지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클라우드 사업 모델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전 제품 및 기술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펜타시큐리티 관계자는 "작년 기준 클라우드 사업 관련 매출은 약 10% 정도인데, 올해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IT 플랫폼의 클라우드 가속화와 회사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아 새 클라우드 비즈니스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니언스의 경우 전체 제품을 클라우드로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 주력 제품인 NAC의 경우 지난해 6월 클라우드 제품을 선보였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현재 출시돼 있는 네트워크접근제어(NAC) 제품 외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제품도 고객사가 필요로 할 경우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으며, 매니지드 탐지 및 대응(MDR) 제품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니언스 EDR솔루션 지니안인사이츠E

소만사는 국내 시장에선 수요가 있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위주로 클라우드 사업을 펼치되, 해외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소만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 모델은 매달 일정한 매출이 잡혀 이점이 있다"며 "해당 사업 부서에는 우선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위주로 클라우드 제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클라우드 사업 모델이 대세화될 경우, 업계 경쟁력 촉진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안업체 한 대표는 "미국의 경우 유지보수 대가 모델은 사라지고, 구독 경제 모델 중심으로 바뀌면서 특정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영구 라이센스 비용 개념이 아닌 연간 사용료를 책정하고 있다"며 "현지 SW 회사나 투자가들은 구독 경제 모델 특성상 이전에 기록한 매출과 향후 기록할 매출이 크게 바뀌지 않아 실적 예상이 쉬운 만큼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에서 유지보수 대가 비율이 15%만 됐어도, 엄청난 회사들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시장 환경이 나쁘면 좋은 회사가 나올 수가 없다"며 "국내 시장도 유지보수 대가 관련 논쟁을 끝내고 구독 경제 중심의 사업으로 적극 전환하는 방안이 신속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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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클라우드 사업 모델의 확대가 업계 수익성 제고로 직결된다고 단언할 순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IT 환경이 온프레미스 중심에서 클라우드 중심으로 변화하며, 인건비와 운영비 측면에서 측정이 더 쉬워지고 비용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이로 인해 수요자 측면에서는 유지보수 비용을 오히려 줄이려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공급자 측면에서는 요소 기술 변화로 기술 비용을 더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