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만으로 해결 안 된다"…재계, 중대재해법 제정중단 호소

"기업 감당 어려운 과잉 입법…개정 산안법 효과 평가해 중장기 논의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20/12/22 15:10    수정: 2020/12/22 15:57

재계 단체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며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7개 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소중하며, 이를 위해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데는 경영계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안은 경영계가 생각하기에 매우 감당하기 힘든 과잉 입법이다"고 전했다. 

이어 "산재사고는 안전시설 부족 등 사업주 의지 문제도 있지만, 근로자 부주의로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원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그 발생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고 있다.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좌측부터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손경식 경총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또 이미 시행중인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대표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 금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과실범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2년에서 5년까지 징역하한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 일본 보다 높고 중대재해법의 모태인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에서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가혹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이 무려 1천222개인데, 중대재해법까지 제정되면 기업들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며 "특히 법안의 최대피해자는 대기업도 있지만, 663만 중소기업이다. 원하청구조 상황에서 결국 중소기업이 안전에 관한 1차적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현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곧 대표다"며 "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 대표는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해야 또 다른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산업재해 문제는 처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원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재 처벌 위주로 되어 있는 산업안전 정책을 계도와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경영계도 산업안전에 관심과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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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보다 산업안전정책 수준이 높은 선진외국은 정부와 민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방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예방활동은 소홀히 한 채 CEO 처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사후처벌 중심의 정책으로는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개정 산안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만큼, 중대재해법 제정의 필요성 여부는 개정 산안법의 효과를 평가한 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