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후보군을 3명으로 추리며 구색을 갖추기는 했으나, 각 인물의 면면이나 전후 사정을 들여다봤을 때 DGB금융이 김태오 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인식을 거두기 어려운 탓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김태오 회장과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 등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압축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조선호·이담·이상엽·이성동·이진복 사외이사로 꾸려진 DGB금융 회추위는 면접을 거쳐 이달 중 최종 후보 1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DGB금융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확정하게 된다.
DGB금융은 지난해말 규정을 개정해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에 경영승계 작업을 시작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9월23일 회추위를 가동했으며 8명의 후보군에 대한 검증과 평판조회 등을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실 DGB금융이 이처럼 신속하게 경영승계 작업에 나서는 것은 김태오 회장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지배구조 선진화를 선언하며 이사회의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CEO 후보 육성·검증 방식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회장 경영승계 절차 개시 일정을 앞당긴 것도 그 중 하나다.
다만 DGB금융 회추위가 김태오 회장과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의 경쟁구도를 만든 것은 다소 아쉽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현실적으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에서다.
먼저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경우 2년여 간 그룹 CEO육성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충분히 검증을 받긴 했지만, 외부에선 그가 지주 회장으로 낙점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행장 재임 기간이 2개월에 불과해 CEO로서의 성과가 부족한 데다 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다. 특히 DGB금융은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제 막 회장과 행장을 분리했는데, 임 행장이 회장을 맡으면 다시 겸직체제로 돌아가면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또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에 대해선 일부 업권에 집중된 경력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으로서 30년 이상 은행업에 종사했고 우리카드 대표까지 역임했다고는 하나, 증권이나 보험업 관련 이력이 없어서다. 통상 금융그룹 회장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와 보험사 등 각기 다른 성격의 계열사를 이끌어야하는 만큼 여러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따라서 회추위가 유 전 대표와 김태오 회장을 놓고 저울질한다면 보다 경험이 많은 김 회장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기사
- DGB대구은행, 임원급회의와 이사회 비대면으로 진행2020.12.08
- DGB대구은행, 새 인증서비스 도입…아이폰·PC 환경에도 적용2020.12.04
- DGB대구은행, 달성군에 '대구국가산단지점' 오픈2020.12.03
- DGB금융 차기 회장 후보 김태오·임성훈·유구현 압축2020.11.30
때문에 일각에서는 DGB금융의 CEO 인선작업이 김태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주 회장이 가까운 사람을 중심으로 회추위를 구성한 뒤 자신을 추천하도록 하는 '셀프 연임' 의혹까지도 흘러나온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무분별한 연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금융지주 CEO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금융위원회는 '셀프 연임'을 막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