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5나노 수요, 복잡해진 삼성 '시스템 반도체' 셈법

삼성 4Q 파운드리 매출 4조 달성, 전년比 25%↑...초과수요에 외부 위탁 고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2/08 13:26

미국이 중국 SMIC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내년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 반등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최근 5나노미터 선단 공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년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생산능력의 한계로 물량을 전부 소화하기는 어려워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외부 생산을 위탁해야 할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수주물량 확대 효과로 전년동기 대비 25% 성장한 매출 37억1500만달러(약 4조364억원)를 기록해 시장 2위(점유율 16.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엑시노스 1080' 공개행사 모습. (사진=IT Times)

트렌드포스 측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과 고성능컴퓨팅(HPC)용 칩셋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고, 극자외선(EUV)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5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제품 생산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4나노미터 공정의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 개발, 2.5D 첨단 패키징 용량 증가로 이후 실적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시스템 LSI, 파운드리 포함)에서 약 17조원의 역대 최고치 매출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조원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트렌드포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삼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1조2000억원(전년동기 대비 26% 증가), 3조2000억원(전년동기 대비 52% 증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부터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 엑시노스의 5나노미터 램프업(생산량 증대)이 진행, 2021년부터는 엔비디아의 5나노미터 양산 물량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시스템 LSI 사업부)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AP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오포, 비보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5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AP(엑시노스 1080) 공급을 준비해왔다. 또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S21(가칭) 시리즈'에도 새로운 5나노미터 기반 엑시노스 AP(엑시노스 2100)를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었다.

(자료=유안타증권)

하지만, 미국 국방성이 이달 초 SMIC에 대한 추가 제재(블랙리스트 등재)에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번 제재로 미국 투자자들이 SMIC의 주식을 매매할 수 없게 됐고, 이는 장기적으로 SMIC의 자금 조달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해 파운드리 시장의 혼란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TSMC와 삼성전자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SMIC에 대한 제재가 삼성전자와 TSMC 등에 수혜(위탁물량 이전)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위탁생산이 단숨에 가능한 것이 아닌 만큼 시장의 혼돈기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SMIC가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에 적용되는 수많은 반도체를 생산해 삼성전자와 애플, 오포, 비보, 샤오미 등에 공급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엑시노스 물량 일부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아닌 외부로 위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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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현재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에서 가장 불리한 것은 삼성전자다. 기존에는 생산능력 확보가 문제된 적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 자체적으로 대물량 고객 위주로 생산능력을 운영하다 보니 캡티브(삼성전자 무선사업부)향 물량 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에 삼성전자 시스템 LSI는 캡티브 및 중화의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는 시점에서 캡티브 파운드리 외에도 외부 파운드리 생산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양산되는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88 5G'. (사진=퀄컴)

또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시리즈는 갤럭시S21 시리즈 물량 탈환 등으로 2021년에는 올해의 불황을 딛고 자체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나 우선적으로 배분받던 삼성 파운드리의 생산능력을 퀄컴(스냅드래곤 888)과 경쟁하며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삼성전자의) 연간 기준 물량 및 실적 성장은 담보된 상태나 월 및 분기 기준에서는 파운드리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