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자산 업계, 2018년 흑역사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규제 필요성 바르게 인식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0/12/08 13:37    수정: 2020/12/08 15:59

마이클 신 차일들리 부사장
마이클 신 차일들리 부사장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차분히 돌아다보는 이때 비트코인의 심상치 않은 역주에 처음 비트코인을 접했던 2008년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전통 은행권에서 자금세탁 업무를 담당하면서 비트코인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동료들과 비트코인의 자금세탁 위험성을 이야기하며 폰지스캠 정도의 사기성 이벤트로 넘겨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도 자금세탁관련 금융전문가로서 10여 년간 가상자산은 심각한 거품이 낀 상품이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아야 된다는 비관적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 심정으로 2018년의 가상자산 거품붕괴를 지켜봤다. 

하지만 2019년부터 나의 전통 금융적 사고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전통 금융권 내 헤지펀드나 프랍 트레이딩 회사들이 비트코인의 포지션을 키우며 여타 상품거래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회의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면서다.

2020년 다시 불어닥친 비트코인의 기세가 진정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올라서는 태동일지 다시 의구심이 생기지만, 그때와는 다른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최근의 비트코인 상승국면은 2017년고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이번 비트코인의 가격을 이끌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 프랍 트레이딩과 같은 기관투자자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페이팔의 가상자산 사업진출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출시 ▲혁신기업 투자로 유명한 ARKK ETF의 비트코인 포지션 등이 비트코인 상승에 손발을 맞춘 듯 힘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위시로 한 가상자산 시장의 가치 상승은 금융서비스 영역의 변화와도 맞물려 가고 있다. 미국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전통은행들이 앞다퉈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혁신을 앞세운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업체들 역시 기존 전통금융의 혜택이 미치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놀라운 기세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가상자산 금융시장환경의 급격한 전환으로 국내시장 역시 분주하다. 

아쉽게도 그간 국내 전통 금융시장은 많은 규제가 뒤따르는 금융업의 특성상 해외보단 내수중심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경우 상황은 다르다. 우선 국내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온체인 거래 수신량 기준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3위를 기록할만큼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태생적으로 글로벌화에 최적화된 상품적 가치를 지닌 가상자산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새롭게 펼치지고 있는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시장의 본격적 태동은 우리가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임에 분명하다. 많은 가상자산 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이나 대형거래소들이 앞다퉈 해외시장진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역시 가상자산 관련 금융서비스 진출에 있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영역은 다름아닌 자금세탁방지 관련한 규제다. FATF 가이드라인 아래 빠르게 성장하는 가상자산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위해 유럽의 5AMLD나 캐나다의 PCMLTFR 등 많은 국가들이 속속 기존 자금세탁방지법들의 개편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다만 트래블룰과 같은 자산거래 시 고객확인에 대한 의무 경우 기존 전통금융시장에서 적용하고 있던 규제의 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가상자산 금융서비스의 특성에 맞춘 기술적 보완과 시스템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질적 상용화를 위해선 향후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업계 관측 속에 이에 대한 가장 합리적 적용을 위한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태다.

어마어마한 시장규모 만큼이나 자금세탁방지 규제 및 징벌이 까다롭고 엄한 미국의 경우 유독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사업자 대부분이 규제 타당성을 인정하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최우선적으로 하여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는 제재위반 시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엄하게 가해지는 징벌에 따른 효과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론 충실히 가이드라인에 따르는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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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으로 몇몇 해외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사례의 경우, 사업초기 전혀 알지못하는 지역 내 본사를 설립하는 등 의도적인 회피전략을 펼쳐오다 한층 까다로워지는 규제강화 움직임에 뒤늦게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였지만 이미 커져버린 리스크 부담으로 인해 사업기회가 거부되고 박탈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국내 가상자산 금융서비스들이 절대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무서운 상승세에도 불구,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고 보호받기까진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전히 많은 시간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 속 지난 2018년의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가상자산 금융서비스들 역시 당장의 이익에 앞서 규제의 필요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정도를 걷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신 차일들리 부사장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몬트리얼뱅크, HSBC 등 세계유수의 글로벌은행에서 10여 년간 자금세탁 조사관 등 금융범죄 리스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글로벌 결제 플랫폼 핀테크 회사인 나노페이에서 준법감시업무를 총괄하였으며 지난 2019년 가상자산 전문 업체 차일들리에 합류, 비둘기지갑의 국내외 사업개발업무를 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