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코로나19 불확실성 여전…완화적 정책 기조 유지"

수출·설비투자 선전에 성장률 전망치 0.2%p 상향

금융입력 :2020/11/26 14:05    수정: 2020/11/26 17:06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감안했을 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점차 약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때까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

연 0.5% 기준금리 동결…“코로나19 재확산에 회복 흐름 약화”

26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만장일치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지디넷코리아)

글로벌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하나, 코로나19 재확산에 그 속도는 더딘 모습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p 내린 바 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중국은 수출·소비 모두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1월에 접어들어 경제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유럽도 경기 개선 흐름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실물 경제도 전체적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부문별로는 상이한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수출이 개선되는 가운데 IT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늘었으나, 민간 소비는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 0.2%p 상향…수출·설비투자 회복에 주목"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를 기록할 것이란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8월의 전망치(-1.3%)보다 0.2%p 상향한 것인데,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세를 반영한 결과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이주열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나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3분기 실적 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내년엔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과 안정적인 투자흐름 지속으로 3%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올 겨울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속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것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재확산에 따른 경제 제약은 연초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우리나라 경기 흐름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줄고,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야만 진정한 회복세로 볼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 등 상황을 볼 때 지금의 흐름을 회복세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되나, 손실흡수 능력 양호"

이에 이주열 총재는 당분간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뤄진 각종 정책을 순차적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점엔 동의하나, 지금으로서는 이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경제의 회복시기나 강도는 코로나19의 전개 방향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서면 그간의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론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것에 대한 걱정엔 인식을 같이 했다. 그는 "3분기 중 가계부채 증가율이 7.0%를 기록했는데,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됐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폈고,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이어온 만큼 가계부채의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아직까지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이 양호해 단기적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수출기업에 타격 없을 것"

이밖에 이주열 총재는 최근의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국내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 환율이 내려가면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수출엔 부정적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고, 수입 중간재를 많이 쓰는 게 환율의 영향을 상쇄시키기도 한다"며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이 해외에 많이 나가 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과거에 비해 환율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은 환율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와 국제 교역 상황, 코로나19 전개 추이 등의 영향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10월과 11월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의 일 평균 수출 규모(약 20억 달러)는 사실상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상태"라면서 "10월 들어 반도체 등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상승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는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수출 기업 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갔으나 그 속도는 코로나19 재확산 지속의 영향 등으로 더딘 모습을 나타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백신 개발 기대, 경제지표 개선 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되면서 주요국 주가와 국채금리가 상승했으며,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개발 상황, 각국 정책대응과 파급효과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 등으로 더딘 회복 흐름을 보이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으나, 설비투자가 회복 움직임을 나타냈으며 수출은 개선 흐름을 지속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GDP성장률은 금년중 –1%대 초반, 내년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공서비스가격의 큰 폭 하락 등으로 0%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은 마이너스를 기록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에서 소폭 하락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당분간 0%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다 점차 높아져 내년 중 1%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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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경제지표 개선 등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를 지속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상황과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