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IT시장엔 어떤 변화 몰고올까

트럼프 vs 바이든, '플랫폼 면책 제한·독점규제' 같은 듯 달라

인터넷입력 :2020/11/03 09:52    수정: 2020/11/04 09: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까? 바이든이 미국을 이끌 새 대통령에 당선될까?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3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의 우세가 예상되고 있긴 하지만 4년 전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뜻밖의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재임 기간 동안 워낙 많은 사건을 몰고 다녔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IT 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 확립했던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조 바이든(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과 재임 기간 내내 갈등을 보이면서 각종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IT 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면책조항 ‘통신품위법 230조’

최근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통신품위법 230조’ 문제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은 그 무렵 막 무르익던 인터넷 경제의 기틀을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 쟁점이 된 것은 ‘230조’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기업들이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의 게시물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포털이나 소셜 플랫폼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플랫폼들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줌으로써 소송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없이 모든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준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30조’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트위터가 자신의 글들에 대해 연이어 제재를 가하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5월엔 행정명령을 통해 통신품위법 230조를 재해석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명령에 따라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230조 면책 조항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씨넷)

트럼프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230조 면책 조항을 행정권 차원에서 밀어부칠 경우 의회와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0조 문제에 대해선 조 바이든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역시 지난 1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통신품위법 230조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와 바이든은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 트럼프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좌편향적 성향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플랫폼이 허위정보의 유통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통신품위법 230조’를 방패 삼아 플랫폼 사업자들이 필요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어떤 쪽이 대권을 잡든 통신품위법 230조는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를 푸는 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대 IT기업에 대한 규제

미국 하원은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0월초엔 ‘디지털 시장의 경쟁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450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4대 IT 기업들의 경쟁 방해 행위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독점 행위 규제를 위해 회사를 분할할 필요도 있다는 강한 제재 방안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주도한 것은 민주당 쪽이다. 따라서 독점 규제 문제만 놓고 보면 트럼프 보다는 오히려 바이든 쪽이 더 강경할 수도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도 구글을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검색 시장 등에서 독점적 행위를 한 혐의로 구글을 제소하기도 했다. 페이스북도 조만간 제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IT 전문매체 쿼츠에 따르면 법무부의 소송은 하원 보고서에 비해선 다루는 범위가 좁은 편이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씨넷 방송화면 캡처)

거대 IT 기업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최근 미국 정가의 전반적인 정서다. 따라서 어느 쪽이 당선되든 이 문제가 뒷전으로 미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트럼프 보다는 바이든 쪽이 독점 규제에 대해선 좀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공화당은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조항 폐지에 대해선 좀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독점적 행위 규제에 대해선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다.

따라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 제재 정책 어떻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중국과 강한 대립각을 세웠다. 연이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기술을 사용한 각종 제품들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했다.

올 하반기 들어선 틱톡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미국 내 사업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런 조치로 미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은 크게 위축됐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갖고 있는 구글이나, 윈도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중국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선 상무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초강대국의 패권 경쟁이란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규제는 이런 국제 정세 수준을 넘어섰다. 때론 즉각적이면서도 감정적인 대응을 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 IT 기업들에겐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은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상황인 만큼 트럼프의 대대적인 중국 견제는 이들에겐 크게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쿼츠는 이런 상황을 지적하면서 “오라클을 제외하면 대다수 거대 IT 기업들은 좀 더 온건한 바이든의 대외 정책을 선호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남은 쟁점: 망중립성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FCC는 ‘오픈 인터넷 규칙’을 통해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했다. 통신법 706조 타이틀1(정보서비스)으로 분류돼 있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를 타이틀2(유선서비스)로 재분류한 것이 골자였다.

타이틀2로 분류된 사업엔 ‘커먼캐리어’ 의무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유무선 인터넷 사업자들에겐 차별금지, 차단금지를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이 적용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이 원칙을 원위치 시켰다. 집권당이 FCC에서 3대 2로 숫적 우위를 누린다는 점을 이용해 2017년 유무선 ISP를 다시 정보서비스 사업자로 재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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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망중립성 문제에 대해선 강한 언급을 한 적이 별로 없다. 당선되기 전부터 망중립성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와는 조금 다른 편이다. 

게다가 4년 만에 또 다시 그 문제를 건드리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민주당 쪽이 정권을 망중립성 이슈가 크게 대두될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