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량들이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이 일부 매체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를 설정하면 테슬라뿐만 아니라 벤츠, 아우디 순수 전기차 등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전략’ 보도자료 내용을 다시 살펴봤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보도자료 8페이지와 9페이지에 언급된 전기차 관련 내용이다.
내용을 보면 정부는 우선 2022년말까지 전기차에 대한 세제지원을 우선 연장하고, 2022년중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세제지원 재연장 여부 등을 적극 검토한다는 부분이 보인다.
보조금은 어떨까? 일단 전기택시 활성화를 위해 전기택시에 대한 보조금을 200만원 더 추가하는 방안이 나왔다.
정부는 일반 전기차에 대해 “가격인하 촉진을 위해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저온시 전비 등을 성능요소를 강화하여 성능 향상 촉진을 유도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 테슬라 등 다른 수입차 업체들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지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내용이 고가 전기차 보조금 제한 정책으로 잘못 풀이되자, 일부 매체에서는 모든 테슬라 전기차의 보조금이 내년부터 지급안된다는 내용을 기정사실화했다.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는 무엇일까? 만약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가능한 전기차를 5천만원대 미만 판매금액 모델로 설정하면, 5천만원대 금액 차량은 제한없이 정부로부터 정해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5천만원대 이상 판매 금액으로 책정되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아직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금액 기준을 정하지도 않았다”며 “11월이나 12월 정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테슬라 등 특정 업체를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테슬라 판매 상승하자, 보조금 상한제 필요성 제기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테슬라 차량 판매와 연관이 깊다.
국내 자동차 분석 기관 카이즈유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국내 판매가 5천479만원~7천479만원) 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누적 대수는 9천969대다. 만약 10월 판매 현황까지 더하면 올해 모델 3의 누적 판매 대수는 1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모델 3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누적 대수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7천61대), 기아차 니로 EV(5천623대)보다 많다.
판매가 크게 차이가 난 배경은 현대기아차의 소극적인 신형 전기차 판매 전략과 연관이 깊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특별한 승용 전기차를 내놓지 않고, 포터나 봉고 등 상용 전기차 출시에만 전념했다. 내년부터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e-GMP)을 적용시킬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다른 전기차 브랜드에 비해 기술력이 2년 늦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장거리 주행 가능하고 평균 5천만원대 실구매가 가능한 테슬라 모델 3 등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점차 테슬라로 향해가고 있지만, 국내 협회 주요 인사 등은 테슬라가 보조금을 싹쓸이 한다는 날 센 비판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고 해외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또 현대차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K-뉴딜 위원회’ 미래차 간담회에서도 고가 전기차 보조금을 제외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검토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검토안은 특정 매체 기자의 주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중의 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결국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는 대중의 인식보다 일부 시선만 반영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금액을 만약에 5천만원 또는 6천만원으로 설정하면, 국내 업체들도 이익을 볼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부터 전기차를 도입하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보조금 상한제가 어느 누구에게 이득을 볼 수 없다는 전망이 자동차 업체 내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체에 이미 불리하게 적용된 현재 국내 전기차 보조금 구조
현재 테슬라 차량 중 보조금을 받고 있는 차량은 모델 3와 모델 S다. 모델 X는 처음 출시 때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지 않았다.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 1위를 보이는 테슬라 모델 3는 5천479만원부터 7천479만원 사이에 판매된다. 모델 3 롱레인지는 국고보조금 800만원을 받고 있고, 현대차 코나 전기차는 820만원을 받는다. 820만원은 올해 국내 전기차 국고 보조금 지급 최대 가능금액이다.
또 다른 수입 전기차들의 경우 평균 600만원에서 700만원대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이는 현재 국내 전기차 모델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관련기사
- 논란의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테슬라 겨냥했나2020.10.30
- [조재환의 EV세상] 여전히 전기차 충전 방해 근절 대책 없는 정부2020.10.30
- 전기차 가격, 2025년에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내려간다2020.10.30
- 화재 논란 이어 ‘벽돌현상’까지...속 타는 코나 전기차 오너2020.10.30
한번 충전으로 최대 277km 주행이 가능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최대 금액 820만원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한번 충전으로 487km 주행 가능한 테슬라 모델 S는 771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차량 전비 등 여러 기준에 따라 산정됐지만, 현재 보조금 체계는 이미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보다 보조금 측면에서 불리하게 적용된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폭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신중한 보조금 체계를 마련해 공평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