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정책금융기관 수장으로서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됐음에도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경제협력외교 등을 뒷받침하며 '경제통'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방문규 행장은 이달 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뒤를 이어 제21대 수출입은행장으로 선임된 그는 ▲정책금융기관 역할 확대 ▲혁신성장 선도 ▲신남방정책 지원 등 목표를 임직원과 공유하며 본격적으로 임기에 돌입한 바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우리 기업의 해외사업 수주가 어려워진 만큼, 수출입은행이 최전선에서 사업을 개발하고 금융을 주선하는 '코디네이터'로 변모해야 한다는 게 방문규 행장의 첫 주문이었다.
사실 수출입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연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두산그룹 경영정상화와 같은 기업 지원 현안이 늘어난 탓이다. 무엇보다 해외의 인프라·플랜트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를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그러나 방문규 행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내외 금융기관과 스킨십을 늘리며 착실히 사업기반을 다졌다. 국민·하나은행과 기업 해외시장 진출 지원, 신한은행과는 혁신기업 발굴을 위해 각각 손을 잡은 게 대표적이다. 이어 중남미개발은행(CAF), 동남아프리카 무역개발은행(TDB)과는 각 2억 달러와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계약을 체결했는데, 코로나19로 현지 방문이 여의치 않자 화상 채널로 만나 계약서에 서명해 눈길을 끌었다.
또 방문규 행장은 기업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돕는 국책은행 본연의 임무 수행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지난 9월까지 수출입은행의 수출기업 지원 실적은 57조3천억원에 달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35.7% 늘어난 것은 물론 올해 지원 목표치인 64조원에 근접한 규모다. 코로나19 지원으로 정책금융 집행이 확대되면서 연간 지원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은행 측은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은 주요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지원도 병행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화학제품 생산시설 구축에 2억1천500만 달러(약 2천515억원) 규모 신디케이션(협조융자)을 주선했고, 한화에너지의 아일랜드 에너지저장설비(ESS) 프로젝트엔 PF(프로젝트 파이낸싱)금융 5천620만 유로(약 786억원)를 제공했다.
이 밖에 디지털 전환을 위한 노력도 눈여겨볼 만 하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기업여신과 대형 프로젝트금융(PF)에 특화된 업무 환경에 맞춰 비대면 서비스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거래확인과 잔액증명, 이자징수·기일 등 서류 발급을 처리하는 온라인 창구를 구축해 거래 기업의 편의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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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방문규 행장의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정책금융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성공을 조력해야 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
방문규 행장은 지난 28일 전주의 그린뉴딜 기업 '비나텍'을 찾아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통한 뉴딜 산업 글로벌화 촉진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연구개발(R&D), 시설투자자금, 수출에 필요한 운영자금,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해외투자자금 등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