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해야"…국회에 숙제 안긴 윤석헌 금감원장

국감서 '감독체계 개편' 작심 발언…금융위는 '못마땅'

금융입력 :2020/10/26 17:56    수정: 2020/10/27 07:09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힘겨운 국정감사를 치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감독체계 개편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안겼다. 금융당국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국회의 공세 속에 금융감독원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정책 권한 아래 금융감독 집행을 담당하고 있어 예산·조직 등 문제에서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감독규정도 갖고 있지 않아 의지대로 감독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의 금융감독 독립성 관련 문헌을 보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예산 문제"라며 현 상황의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독립방안을 만들어 (국회에)제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윤석헌 원장으로서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실대응이 근본적으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지적에 또 한 번 소신 발언으로 응수한 셈이다.

윤석헌 원장은 과거 학자 시절부터 금융감독의 독립성 보장을 주장해왔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금융산업 육성’과 ‘감독’이란 상치된 목적을 지녔음에도, 금감원이 금융위의 예속돼 있다 보니 각종 의사 결정에 제약이 있다는 진단에서다.

금감원은 사실상 금융위의 통제를 받는 구조다. 윤석헌 원장이 거론한 감독규정만 봐도 금감원은 감독과 관련한 시행세칙 제·개정권만 갖고 있으며, 나머지 법률·시행령·감독규정 제·개정은 금융위가 맡고 있다. 예산안 역시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렇다보니 금융위와 금감원은 때때로 감정싸움을 빚었다. 2019년도 예산을 축소하려는 금융위의 움직임에 금감원 측이 반발하고 나섰던 게 대표적이다. 이를 놓고 금감원 내부에선 주요 현안에서 금융위와 불협화음을 낸 게 영향을 미쳤다는 말까지 돌았다.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양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과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대출 제재, 특별사법경찰관 운영안 등에 상반된 입장을 내세우며 대립한 바 있어서다.

또 2017년엔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가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권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위가 금융감독 규정 개정권을 금감원에 넘겨야 한다고 언급해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윤석헌 원장의 국감 발언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선 감독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금융감독체계 개선안 마련'이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진전시키지 못한 게 사모펀드의 대규모 손실사태로 이어졌다는 인식에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은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이 분리된 중층적 감독체계에 있다"며 "금감원이 아무리 검사를 열심히 해도 감독정책을 수립할 수 없는 탓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적극 나설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상급부서인 금융위 측이 금감원의 독립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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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감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금감원의 독립성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금감원장과 많이 대화하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기획재정부 승인 등 절차를 거치는 만큼 금감원의 예산 역시 감시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누구로부터의 독립인지가 중요하다"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 마음에 들겠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