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사태에 독립성 논란까지"…은성수·윤석헌, 국감서 힘겨운 방어전

사모펀드 공세에 '진땀'…'금감원 독립성'엔 이견 표출

금융입력 :2020/10/23 18:41    수정: 2020/10/24 22:10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힘겨운 국정감사를 치렀다. 금융당국의 부실대응을 질타하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하는 정치권의 공세가 계속되면서다.

특히 국정감사 중엔 해묵은 갈등인 금융위와 금감원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나란히 앉은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野 "금융당국의 소극적 대응이 사모펀드 피해 키워"

(사진 오른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핵심 화두는 단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의 대규모 손실 사태였다.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미흡한 관리 실태를 조명하며 시종일관 책임 추궁에 화력을 집중했다.

먼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의 사모펀드 운용사 전수조사(1만여 곳)가 더디다는 점을 짚었다. 유 의원은 "전수조사를 결정하고 162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늦어진다는 것이냐"며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니 하루도 쉬지 않고 아무런 변수 없이 검사를 마쳐도 지금 인력(30명)으로는 3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약 1만개와 사모운용사 230여 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3년 동안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검사 인력이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으로부터 모은 30명 정도에 불과해 검사에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유 의원은 "금감원이 5명을 투입한 라임펀드의 경우 중간발표에 4개월이 소요됐다. 옵티머스펀드 조사도 3개월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2023년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또 같은 당 윤재옥 의원도 금감원의 사모펀드 검사 인력이 부족하다며 "최근 해체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감 중엔 금감원으로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옵티머스가 지난 2017년 당시 금감원으로부터 자기자본 미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유예 받은 사실을 들어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기에 공모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은성수 "책임 회피 않을 것"…윤석헌 "인력 충원 필요"

이에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은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충실히 수행해 문제를 찾아내는 한편, 부실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전수조사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3년이 걸려도 해야 할 일이어서 시작한 것"이라며 "조사해보면 각자의 문제를 합칠 수 있고, 들여다볼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3년간 사기행각을 벌였음에도 금융당국이 적발하지 못했다는 지적엔 "금융위·금감원 모두 이 부분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잘못했다"면서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속도가 많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3년까지 전수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사모펀드 관련 크로스체킹이 14% 정도 이뤄졌고 지난 9월말까지 사모펀드 9곳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나라별 GDP 대비 금융감독기구 인원 비율을 보면 영국은 6%인데, 한국은 1.2%에 불과하다"며 금감원 검사 인력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성수·윤석헌, 금감원 독립성 논쟁엔 '온도차'

이날 사모펀드 부실 대응을 둘러싼 공방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독립성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금감원이 금융위에 예속된 현 체계가 감독집행의 독립성을 저해함으로써 금융사고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에서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경우 예산과 조직 운영을 금융위 관리 아래 결정하는 제약을 갖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금융사고 발생 이후 조사·감독하는 사후약방문식 감독업무와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를 놓고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은성수 위원장의 경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금감원의 독립성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금감원장과 많이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은행도 기획재정부 승인 등 절차를 거치는 만큼 금감원의 예산 역시 감시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예산과 독립성은 서로 관련이 없다는 견해다.

반면,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정책 권한 아래 집행을 담당해 예산과 조직 등 문제에서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견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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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윤 원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시작하면서 금융위가 출발했는데,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산업 육성과 감독이란 반대되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 "출발할 때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해외의 금융 감독 독립성에 대한 문헌을 보면 가장 먼저 꼽는 게 예산의 독립성"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