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계 악사(AXA)손해보험 인수에 뛰어든 교보생명이 한 달째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선 홀로 인수 의향을 내비쳐 부담이 커진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 인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자 장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악사손보 매각 예비입찰 후 한 달여가 흘렀지만 교보생명은 아직 외부에 어떠한 코멘트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그 외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18일 삼정KPMG가 진행한 악사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교보생명으로서는 13년 만에 악사손보를 되찾으러 나선 격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교보생명이 2001년 이 회사를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바꿔 운영하다가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에 매각한 바 있어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조건이 맞으면 인수하겠다"면서 "인수 후엔 시대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며 악사손보의 디지털 보험사 전환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이 이처럼 침묵을 이어가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아직 악사손보 인수에 대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게 업계의 진단이다.
사실 외부에선 교보생명의 인수전 완주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사업 확보 차원에서 과감하게 인수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견 또한 적지 않다.
당초 교보생명이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한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일환이었다. 온라인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과 협력 모델을 구축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구상하던 중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라이선스를 별도로 취득하지 않고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무엇보다 악사손보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과 디지털 전용 상품 등을 개발해왔으며, 쏘카와 함께 차량공유 서비스 특화 보험 상품도 제공 중이라 추후 교보생명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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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천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악사손보의 가격이 교보생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교보생명은 2007년 당시 악사손보 지분 74%를 약 900억원에 매각했다. 때문에 인수가가 2천억원으로 책정되면 2배 이상의 가격에 회사를 되사오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선 손보사 라이선스 획득에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교보생명과 매각자인 프랑스 악사그룹의 협상 내용이 관건이다. 가격 측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면 거래가 원만하게 흐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악사손보 매각은 원점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