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로 유지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이자 위기상황인만큼 구조조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낮은 금리로 가계 부채가 늘고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증가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0.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전원 일치로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회복세가 나타날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및 대외 리스크 전개 상황, 부동산과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전개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8월 전망했던 성장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최근 저금리 영향으로 가계 부채 증가율이 높아지고 기업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금리를 인하하면 차입비용이 감소해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가계대출은 금리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에서 영향을 받는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비상 상황이고 위기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 지연 부작용에 관해 "현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생존 가능하고 어떤 기업이 부실 기업인지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적극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리스크가 가려진 측면도 있고, 단순한 유동성 부족 기업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을 조급히 할 경우 생존 가능한 기업까지도 피해를 입는 부작용이 있고 코로나19 대응 노력의 실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경제 주체들에게 기업 지원 축소 철회로 받아들일 수 있어 신중히 할 필요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또 "가계대출의 경우 감독당국의 규제,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상당 부분 영향을 주며, 올해는 공모주 청약 붐으로 주식 자금 수요가 늘고 코로나19 이후 생활자금 용도 대출이 꽤 늘어났다"며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지는 단언적으로 말하긴 쉽지 않으며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필요 시 정책당국과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과 9월 물가상승률이 플러스를 나타내면서, 경기는 침체됐지만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스태그플래이션 단계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 총재는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랐고 9월엔 2.0%까지 상승했는데 주된 요인이 기상 여건 악화로 인한 농산물가격 확대에 크게 기인했다"며 "정부가 이동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등의 대책을 볼 때 4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달러 약세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를 보였던 점에 대해 이 총재는 "중국 위안화와 국내 원화가 미국 달러 대비 비동조화(디커플링)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며 제한됐던 원화 강세폭이 반영된 것이며, 추후 환율 변동성이 클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정부의 재정준칙과 관해 이주열 총재는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저출산이 급속히 진행되고 고령화 진전되면서 연금이나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준칙 필요하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 극복하기 위해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재정 운용에 있어서 유연성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재정준칙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세우는 규범으로 정부는 지난 5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뼈대로 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이 이어졌으나 그 속도는 코로나19 재 확산의 영향 등으로 다소 둔화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재 확산 우려와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주가, 금리 등 주요 가격변수가 상당폭 등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 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각국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더딘 회복 흐름을 나타내었다. 수출 부진이 완화되었으나,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미약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을 지속하였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 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 (-1.3%)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농축수산물가격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면서 1% 수준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 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에서 소폭 상승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 지속, 수요측면에서의 낮 은 물가상승압력 등으로 낮아져 당분간 0%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 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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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장기시장금리와 주 가가 상당폭 등락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큰 폭 하락하였다. 가계대 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 세를 이어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 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 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 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 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