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경영진과 직접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해외 현장경영을 재개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날 귀국했다.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협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 및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ASML의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공장도 방문해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이날 미팅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도 배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1월에도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2019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ASML은 EUV 관련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해 초기부터 ▲EUV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소재 개발 ▲장비 생산성 향상 ▲성능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EUV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특히 파운드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두 회사 간 협력 관계도 확대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귀국 후 "EUV(극자외선) 장비 공급확대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왔다"며 "이번 출장에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도 다녀왔다. 다음 출장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이달에만 국정농단과 불법 경영승계 등 두 개의 재판이 시작되는 등 사법 리스크 속에 쉽지 않은 비상경영을 이어가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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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부회장의 이번 해외 현장경영은 5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브라질, 5월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유럽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와중에 지난 9일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이후 아시아 지역 출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기업인 특별입국이 가능해진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수출규제와 5G 사업 점검차 일본을 종종 방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