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어려웠던 해외 현장경영을 5개월 만에 재개한 모습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현지에 1주일 가량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유럽 기업인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있는 만큼 유럽 기업들과 반도체 사업을 점검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이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과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로서 미래 먹거리와 인재를 확보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현장경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환경이 녹록치 않은 시점에 이 부회장이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생존전략 수립에 분주하게 나서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이후 아시아 지역 출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부터 기업인 특별입국이 가능해진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수출규제와 5G 사업 점검차 일본을 종종 방문해 왔다.
지난달엔 이 부회장이 직접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에서 만나 한일 기업인 출입국 제한 조치 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일본어에 능통하고, 현지 경제계 네트워크도 탄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중순에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출장 일정과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웠던 해외 출장은 상황에 따라 점차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에만 국정농단과 불법 경영승계 등 두 개의 재판이 시작되는 등 사법 리스크 속에 쉽지 않은 경영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에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재판이, 26일에는 지난 1월 이후 중단됐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린다. 다만 이달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인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