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공정경제3법 늦춰야"…이낙연 "연기 어렵다"

재계,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우려…"코로나 극복이 시급"

디지털경제입력 :2020/10/06 13:43    수정: 2020/10/06 17:01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대기업 사장단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을 경제 정상화 이후 중장기적으로 다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늦추기 어렵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손경식 회장은 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내방한 민주당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주요 법안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대표와 김진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양향자 최고위원 등 여당 측과 재계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손경식 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규제적 법안 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주길 요청한다"며 "경제제도 관련 사안은 기업 의견과 현실을 폭넓게 반영해 우리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 중장기적으로 다뤄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낙연 대표는 "공정경제3법은 아주 오래된 현안이고 기업들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기업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입법방향을 바꾸거나 시기를 늦추기는 어렵지만, 기업 입장을 충분히 듣기 위해 민주당은 경총과 함께 실무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따로 정해서 알려드리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재계 "투자활성화 시급한데 기업규제 강화...경제 정상화부터"

이날 손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모범적인 K-방역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경제활동이 유지될 수 있지만 주요 실물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고용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경영·고용 위기에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기"라며 "하지만 상법, 공정거래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관련 노조법 등 200건이 넘는 기업규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재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글로벌 표준보다 높은 규제를 부과하고 있으며, 기업경영권 행사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적 투자실행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게 되면 투기목적의 해외펀드나 경쟁기업들이 회사 내부의 핵심 경영권 사항에까지 진입할 수 있고 이사회 구성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게 돼 경영체제 근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이 비상장회사를 통해 미래 신기술·신사업에 투자를 하는데 있어 경영간섭을 초래할 수 있고, 모회사 소액주주를 통한 자회사에 대한 소송남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부세력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투표제 등 보호조치 등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는 가운데 지배주주가 위협을 느낄 제도만 거론 된다면 경제회복을 위한 기업활동조차도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손 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한 합리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해외기업으로 구매가 전가되는 부작용은 물론, 규제부담을 덜기 위한 대규모 지분매각으로 인해 경영권 부담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상향하게 되면, 투자와 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자회사 설립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또한 공정위와 같은 경제 전문기관의 신중한 조사과정 없이 곧바로 검찰 사법수사가 개시되는 점만으로도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신영대 의원(대변인), 오영훈 의원(비서실장), 양향자 의원(최고위원), 김진표 의원(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손경식 경총 회장, 이낙연 당대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금융그룹감독법안에 대해서는 "그룹내 금융관련 기업들을 별도로 구분하는 과정에서, 이중 규제의 문제도 있고 그룹내 금융관련 기업들이 충분한 지분관계가 없을 경우 감독을 할 근거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손 회장은 ILO 핵심 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 추진에 대해 "노사관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사용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며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사용자에 한한 부당노동행위 처벌, 쟁의행위시 직장점거 등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들도 반드시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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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경총 회장단사들도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경영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내용들이 내포돼 있어, 법안 논의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해 생존을 위한 대응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며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조성과 지원을 희망한다"며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부담완화 정책 마련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