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보다 더 불쾌한 구글의 韓 앱개발사 지원책

[백기자의 e知톡] 순수해 보이지 않는 지원 발표 눈총

데스크 칼럼입력 :2020/09/29 13:18    수정: 2020/09/29 13:35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 확대 정책에 인터넷 업계가 반발하자 구글이 흡사 ‘조삼모사’와 같은 카드를 꺼냈습니다.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향후 1년간 1억 달러(약 1천150억원) 규모의 ‘K-reate’(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웹툰이나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제공 개발사를 지원하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가격 인하까지 해준다는 게 내용입니다.

인터넷 업계, 나아가 우리 정부와 국회가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자 “일단 지금 어려운 것 같으니 지원금 줄게, 그 대신 나중엔 더 많은 비용을 꼬박꼬박 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박영선 장관(왼쪽)이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가만 생각해보니 조삼모사는 순서가 바뀌어도 총 합의 숫자가 같은 눈속임에 불과한데, 이번 구글의 정책은 적게 쥐어주고 더 크게 받아가는 전략이니 그 꾀가 더하면 더했지 덜해 보이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발간한 ‘2019 모바일 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국내 앱 마켓에서만 약 6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또 같은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앱 마켓 매출 점유율은 63.4%에 달합니다.

이번 1천억에 가까운 지원책은 구글이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앱 마켓 매출 중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구글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절대 밑지지 않는 업계 달래기용 당근책에 불과한 셈이죠.

달라진 구글의 인앤결제 정책에 따라 국내 모바일 앱 개발사들은 내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유료 결제 모델이 적용된 앱을 유통할 경우 구글에 수수료 30%를 내야 합니다. 기존에는 결제 대행사에게만 약 10~15% 수수료만 지불하면 됐는데,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장 구글의 크리에이트 프로그램 혜택을 받는 몇몇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들은 성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앱 생태계는 더욱 구글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야말로 ‘디지털 주권’을 완전히 구글과 애플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높아진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피해가 불보듯 뻔하자 인터넷, 스타트업, 시민 단체들이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몇 개씩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추석 연휴 지나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전례를 봤을 때 구글이 글로벌 정책인 인앱결제 강제 확대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인앱결제 확대 조치를 공식 발표 하기 무섭게 한국 디지털 콘텐츠 지원 정책이라며 업계 반발 달래기용 카드를 꺼내 ‘성난 민심’을 가라앉힌 뒤, 국회와 정부의 제재 움직임에는 대형 법무법인을 앞세워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 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유럽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 기업에 데이터 주권을 뺏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점에 달할 무렵, 우리 정부(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창구’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성장 가능성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이들의 해외 진출과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가 데이터 주권을 가져가는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손을 잡는 것이 부절해 보인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었습니다. 한마디로 적과 왜 손을 잡냐는 비판이었습니다.

이에 박영선 장관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구글은 경쟁자이면서 협조자고, 협조자면서 경쟁자”라는 답을 했습니다. 구글을 잡으려고 구글과 결국 손을 잡는다는 뜻인데, 이처럼 구글은 더 큰 수익을 내고자 우리 인터넷 업계와 정부에게 교묘히 당근을 제시해 왔습니다. 그러다 규제의 칼날이 눈앞까지 다가오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유유히 그 자리를 떠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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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 나아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이 이번 구글 인앱결제 강제 확대 조치에 강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정부와 국회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연 글로벌 앱 마켓 골목을 지키고 선 구글의 횡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정책이 가능할지, 또 그 정책이 이번에는 구글을 비켜가지 않을지 많은 이들의 온 관심이 모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