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강제, 법률공방 핵심 쟁점은

미국선 "독립된 시장" vs "앱스토어에 통합" 공방 벌일듯

홈&모바일입력 :2020/09/29 10:54    수정: 2020/09/30 09:1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국내 인터넷업계의 우려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 구글이 28일(현지시간) 그 동안 게임에만 적용해 왔던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이 인앱결제 확대 조치를 공식 발표할 것이란 소문은 지난 7월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지난 주엔 블룸버그가 “구글이 인앱결제 확대 적용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구글은 하필 애플과 에픽 게임즈 간의 소송이 시작되는 28일 인앱 결제 확대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씨넷)

구글은 인앱결제 확대 조치만 발표한 게 아니다. “안드로이드12부터는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좀 더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앱스토어를 좀 더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앱스토어 공방에 대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들고 나온 셈이다.

애플-에픽 소송 첫날 인앱결제 확대 발표 

구글의 이번 조치는 ‘앱스토어 독점소송’에 임하는 전략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픽의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 대해 계약위반 소송으로 맞대응한 애플과 달리 구글은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구글은 “폐쇄 생태계인 iOS와 달리 구글 플레이는 개방적인 편이다”면서 애플과 차별화에 힘을 쏟아 왔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당근과 채찍을 한꺼번에 들고 나왔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의 쟁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픽은 애플과 구글을 제소하면서 크게 두 가지 쟁점을 제기했다.

첫째. 앱 배포 과정 독점.

둘째, 인앱 결제 과정 독점.

에픽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프라이버시나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워 신규 앱 등록 때 과도한 검열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앱 결제 과정 독점 문제는 앱 배포 방식에 맞물려서 제기되는 문제다.

물론 에픽은 ‘인앱 결제 강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30%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리 공방에선 앱 배포 시스템을 독점하는 문제가 더 큰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구글이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 첫날 ‘인앱결제 확대’와 함께 ‘앱스토어 개방’ 조치를 들고 나온 건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 인앱 결제 확대로 실리를 챙기면서도 ‘앱스토어 개방’을 통해 애플과는 다르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입장에선 ‘인앱 결제 강요’ 부분은 법리 공방을 해 볼만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단 얘기다.

인앱결제는 독립된 시장일까, 앱스토어 한 과정일까 

인앱결제는 별도 시장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앱스토어에 통합된 과정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가 있다.

에픽은 인앱결제는 ‘별도 시장(after market)’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애플은 인앱결제 역시 앱스토어 내에 통합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구글 역시 같은 입장이다.

애플의 논리는 간단하다. 어떤 앱을 선택하고 결제하기까지는 앱스토어 내의 규칙이 적용된다.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들에게 매장 진열 및 판매제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또 앱스토어 인앱결제 땐 결제 방식만 강제한다. 결제 수단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A, B, C 신용카드 중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애플은 인앱결제 까지는 앱스토어에 통합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거친 뒤 개인들이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별도 시장이라는 것이다.

(사진=씨넷)

반면 에픽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앱 결제 과정 자체를 독립된 별도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에픽은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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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처리 과정엔 API가 통합돼 있다. 고객이 인앱결제를 하면 API가 결제 수단을 보내준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주인에게 결제 수단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API가 제시한 방식이 승인되면, 결제 프로세서가 거래를 처리한다.

에픽은 API와 결제 프로세서가 앱 바깥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프라인 백화점 거래 때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구글이나 애플은 인앱결제 강제 문제는 앱 배포 시스템에서 파생된 문제로 보고 있다. 구글이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 첫날 인앱 결제 확대 적용 조치를 과감하게 발표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